5.0ℓ V8 엔진 장착 주행성능 '역동적'…'조용한 차' 이미지 변신

[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가속페달을 눌러 밟으면 서킷 위를 미끄러지듯 치고 달려 나간다. 5.0리터 V형 8기통 엔진을 얹은 렉서스 RC F는 전문 드라이버가 아닌 기자의 발 아래에서도 충분히 제 힘을 발휘했다.

지난 4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렉서스 어메이징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행사를 통해 RC F을 포함한 렉서스의 고성능 모델들을 시승했다.

그동안 하이브리드 구동계로 대표되는 토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는 특유의 정숙함을 내세워 '조용한 차'라는 이미지로 대표됐다. 하지만 렉서스는 최근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요시다 아키하사 렉서스 사장은 올해 초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는 뜻의 일본어 '와쿠도키'를 2020년 중장기 비전으로 제시하고, 기존 하이브리드의 장점에 더불어 역동적인 주행성능에 중점을 뒀다.

이에 렉서스는 일본을 대표하는 서킷인 후지(Fuji) 스피드웨이의 앞글자인 F를 딴 고성능 차를 줄기차게 개발해 왔고 지난해 'IS F'와 'LFA'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고성능 스포츠 쿠페 모델 RC F를 내놨다.

RC F의 차체는 탄소 섬유로 만들어진 카본 패키지를 후드, 루프, 리어윙 등에 적용해 알루미늄과 같은 차체 강성을 유지하면서도 중량을 9.5kg가량 감소시켰다.

외관은 'F'를 상징하는 메쉬 타입 스핀들 그릴을 전면에 적용했으며, 측면에 RC F 전용 19인치 단조 알루미늄 휠과 함께 후면에는 IS F에서 계승한 듀얼 배기구가 눈에 띈다. 또 차량 곳곳에는 엔진 냉각을 위한 흡기구와 쿨링 시스템을 통해 냉각 성능과 공기 역학 효율을 향상시켰다.

RC F는 5.0리터 V8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 최고출력 473마력(@7100rpm), 최대토크 53.7kg.m(@ 4800~5600rpm)의 강력한 퍼포먼스를 뿜어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5초에 불과하다. 여기에 8단 SPDS(Sport Direct Shift) 변속기가 탑재돼 연비감소 효과도 더했다.

운전대에 올라 RC F를 본격적으로 시승했다. 가속 페달을 밟기 전 시동을 건 상태에서는 소음과 진동의 거의 없어 렉서스 특유의 정숙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첫 코너를 진입하기 전 쭉 눌러밟으면 차량이 잠깐 웅크렸다가 달려나가듯 5.0리터 엔진에서 뿜어나오는 넉넉한 힘이 온몸에 전해진다. 잘 달리는 만큼 제동 성능도 넉넉해 불안하지 않게 빠른 코너링이 가능하다.

드라이빙 모드를 'SPORT S+'로 바꾸자 TFT 디스플레이 타코미터를 통해 미터계 디자인이 달라지면서 엔진음이 커지기 시작했다. 전자적으로 엔진음을 합성하는 ASC(Active Sound Control)가 엔진 회전수, 스로틀 개방각, 차량 속도에 따라 강력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덕이다.

코너 진입 전과 후, 스티어링 휠에 장착된 패들시프트로 수동 조작을 하면서 제동과 가속을 하자 차량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RC F는 새롭게 개발된 좌우 토크 분배형 토크 벡터링 디퍼렌셜(TVD)을 통해 보통, 슬라럼, 트랙 등 드라이빙 상황에 맞게 차량의 선회 성능을 높여준다.

또 서스펜션 역시 여러 레이스 서킷에서 달려보며 전용으로 튜닝돼, 앞뒤에 각각 더블 위시본, 멀티링크 형식으로 장착했다. 승차감은 비슷한 고성능 차종에 비하면 단단하면서도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편이라 운전 피로도가 적었다.

RC F의 실내에는 F 전용 스티어링 휠, 계기반 미터계, 웨지 메탈 트림, 스커프 플레이트, 알루미늄 페달, 변속 노브, 스포츠 시트 등이 고성능 쿠페의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몸으로 직접 체감할 수 있게 한다.

렉서스는 올해 RC F를 15대로 한정된 물량을 판매하고 다양한 고객 프로그램을 통해 'F 마니아'를 늘려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RC F의 국내 판매 가격은 1억20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