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차의 군색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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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스몰오버랩 테스트만으로 '싼타페의 안전성이 미흡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지난달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스몰오버랩 테스트에서 현대자동차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가 좋지 않은 점수로 안전성 논란이 제기되자 현대차는 이처럼 해명했다.

지난 4일 싼타페의 연식변경 모델이 출시됐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충돌테스트 낙제점'이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니고 있다. IIHS가 지난달 12일 공개한 테스트에서 현대차 싼타페가 최하위 등급인 'Poor'보다 한 단계 위인 'Marginal' 등급을 받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서 'Marginal'을 '미흡'이라고 해석하자 현대차는 "이것이 정확한 표현은 아니며, 차량의 전체적인 안전도를 오직 스몰오버랩 테스트 결과만으로 '안전성이 미흡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더군다나 당시 테스트에 사용된 모델은 스몰오버랩 테스트가 IIHS의 안전성 평가 항목으로 도입되기 이전에 개발돼 해당 테스트에 대응이 되지 않은 차량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5위 자동차업체인 현대차의 해명으로는 어쩐지 군색해 보인다. 게다가 약간의 연식 변경을 거쳤을 뿐 아직도 2012년 출시된 3세대 모델에서 풀체인지(완전 변경) 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로서는 믿고 사도 되는 지 황당할 수 밖에 없다.

IIHS는 스몰오버랩 테스트 결과, 싼타페의 차체가 운전석을 심각하게(seriously) 침범하는(intruding) 구조로 설계돼 있다고 지적하며 차체 구조 부문에서 'Poor' 등급을 줬다. 운전석 문에 연결된 힌지 필러가 수십 센티미터 이상 튀어나와 충돌 시 운전자에게 상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스몰오버랩 테스트는 2012년부터 IIHS가 도입한 정면 충돌 테스트 중 하나로, 차량을 시속 64㎞ 속도로 몰아 운전석 쪽 앞부분 25%를 1.5m 높이의 벽에 부딪히게 해 현존하는 가장 혹독한 충돌테스트로 꼽힌다. 세계적으로 안전성을 입증할만한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스몰오버랩 테스트를 포함한 IIHS의 종합 평가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대차 역시 다르지 않다. 차체 무게가 늘어 연료 효율에는 취약하더라도 초고장력강판을 확대 적용해 안전성을 최우선 시 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성공작으로 꼽히는 신형 제네시스 역시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 시기부터 스몰오버랩 테스트를 염두에 뒀다. 지난해 출시된 기아차의 중형 SUV 쏘렌토도 초고장력 강판 적용 부위를 기존 싼타페보다 1.5배가량 많은 53%까지 늘렸다.

때마침 현대차는 싼타페의 고급 모델인 '싼타페 더 프라임'을 출시했다. 현대차는 이번 연식 변경으로 무엇보다 안전성을 향상하는 데에 힘을 실었다. 차체에 보강재를 확대 적용하고 차체 구조를 개선했을 뿐더러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운전석 및 동승석 어드밴스드 에어백,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여러 안전 사양을 추가했다.

이는 미국 스몰오버랩 테스트 최고 등급인 '우수(Good)' 등급을 목표로 뒀기 때문이라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시험은 시험일 뿐'이라는 이전 태도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하는 현대차가 IIHS의 스몰오버랩테스트를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끌어다 쓰고 있는 건 아닌지 뒷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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