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유언비어의 원인은 비밀주의
메르스 유언비어의 원인은 비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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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거의 모든 뉴스들을 잠재우고 있다. 3차 감염자까지 발생하고 이미 사망자들도 나온 상황이니 관련 뉴스의 양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는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한 데 이어 국민들이 뭘 조심하고 경계해야 할지 지침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환자가 발생한 병원, 환자가 거쳐간 병원도 밝히지 않는다. 뒤늦게야 메르스 환자를 진찰한 의사는 격리시키면서 환자가 거쳐 간 병원에 일반인들이 가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도 한다.

그렇다보니 SNS 상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갖가지 소문들도 난무한다. 정부의 설명이 납득하기 어렵고 어떻게 해야 메르스 감염을 피할 수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언론은 계속 메르스 확산 소식만 전하는 상황이다 보니 그만큼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병원을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이라고 소문낸 사람들이 처벌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린 사람이라면 처벌하는 게 맞겠다.

그러나 정부가 관련 병원 명단을 공개했더라면 그런 악성루머가 퍼졌겠는가. 정부의 쓸데없는 비밀주의가 루머를 싹트게 만든 책임은 없다는 얘기인가.

이미 지역에 따라서는 불안한 학부모들의 요구로 각급 학교들이 줄줄이 휴교하고 그 바람에 낮 시간 돌봐줄 가족이 없는 맞벌이 가정에서는 그들대로 비상이 걸릴 정도로 커진 국민들의 불안감을 무시한 채 그 불안감으로 인한 갖가지 오해로 발생할 수 있는 개별적 사안들을 처벌하겠다고만 나서는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다.

그렇다면 KTX에는 해당 병원 명단이 나붙었다는 데 KTX 승객만 메르스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인지, 그들만 안전하면 다른 국민들은 아무래도 괜찮다는 것인지 정부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어렵다. 치사율이 40%나 된다는 전염병을 관리하는 정부의 이런 태도에 국민들이 못미더워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첫 환자가 나온 후 이틀만에야 당국에 신고한 의사도 처벌할 것이라고도 한다. 당연히 의사 사회 여기저기서 불만이 들끓는다. 환자에 의한 의사 감염도 발생한 상황에서 의사들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협박하는 것이 과연 감염 확산을 막는 데 무슨 도움이 될 것인지는 생각하는 않는 것인가.

물론 초기에 의료진의 과실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일선 의사들에게는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메르스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했던 게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 스스로 감염여부를 스스로 경계하여 찾아온 잠복기 환자를 돌려보내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발생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 경우 신종 질환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의사의 책임도 있겠지만 방역당국이 먼저 대비했어야 할 책임을 일선 의사들에게만 떠넘길 일은 아닐 것이다. 이미 우리 국민들이 전 세계에 없는 곳이 없다 할 만큼 돌아다니고 있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은 그 보다 더 많은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당연히 해외에서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국내 환자가 나오지 않더라도 방역당국에서는 먼저 의사들에게 발생 전염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지 않겠는가.

정부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민간에게 책임 지우려는 태도는 어떻게 봐도 올바른 자세는 아니다. 그런 사고방식이라면 전염병을 막기 위해 국민들의 여행도 억제시킬 것인가.

게다가 메르스 환자와 접촉해 관찰 대상이 된 강남의 한 아줌마는 자가 격리를 시켰더니 스스로 집에서 자중해야 했음에도 버젓이 전라북도까지, 그것도 버스를 타고 가서 골프를 쳤다고 한다. 다행히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만약의 경우 잠복기의 바이러스 감염자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에 거리낌이 없었다는 점에서 소름이 돋는다.

남들에게 전염을 시키든 말든 개의치 않겠다는 그 태도가 마치 HIV(인간 면역성 결핍 바이러스) 보균자가 여러 이성과 성관계를 가지며 복수심을 분출한다는 얘기와 겹쳐 보이기도 한다. 이것도 어쩌면 메르스 공포에 물든 과민한 반응일 수 있겠지만 그동안 국내 방역망을 뒤흔들던 그 어떤 전염병보다 치사율이 높다하니 나타나는 반응이다.

정부의 비밀이 많아지면 국민들은 더 불안하고, 그런 불안 심리는 정부불신을 바탕으로 한 유언비어로 확산된다. 어쩌면 메르스 바이러스보다 더 예방에 힘써야 할 대상일지도 모른다. 국민의 불안을 덜어주려면 비밀보다는 정확한 정보 전달에 힘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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