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면세점 쟁탈전, 결국 '대기업 오너 입지戰'
서울 시내면세점 쟁탈전, 결국 '대기업 오너 입지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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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신라·신세계·롯데 등 기업 오너 경영능력 '시험대'

[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대기업2곳 중소·중견기업 1곳을 대상으로 한 서울 시내면세점 쟁탈전이 내달 1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시내면세점에는 △롯데면세점 △현대DF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신세계DF △이랜드가, 중소·중견기업 제한 경쟁에는 △유진기업 △하나투어 △하이브랜드 △한국패션협회 △중원면세점 △파라다이스 △그랜드관광호텔 등 각각 7개 기업이 경합을 벌인다. 해당 업체들은 현재 막바지 서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세청은 내달 1일 접수된 사업계획서 등의 제출 서류들을 전문가 심사위원과 면밀하게 검토한 뒤 7월 중 결과를 발표한다. 이들이 사활을 걸고 면세점 사업권 쟁탈전에 뛰어든 이유는 유통업계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백화점·대형마트·아웃렛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들의 실적이 저조한 가운데 서울 시내면세점은 '유커(중국인 관광객)'로 인한 매출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시장 규모는 8조3077억원으로 전년 대비 21.6% 성장했다. 그 중에서도 서울 시내면세점 6곳의 매출 총액은 4조3502억원으로 전체 면세시장의 절반 이상(52.3%)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 시내면세점 유치전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사업권 취득 여부가 출사표를 낸 대기업 오너들의 입지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된 가운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행보가 가장 큰 관심사다. 서울 신규 면세점 확보가 이 사장의 독자적인 경영 능력을 검증하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장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을 통해 시내면세점에 출사표를 던졌다. 당초 경쟁 관계로 유치전에 뛰어든 두 기업의 연합작전에 업계는 '적과의 동침'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두기업의 합작법인 설립은 호텔 신라가 독과점 논란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지난해 기준 호텔 신라는 서울 시내면세점 시장 점유율 26.5%를 차지했고, 19.9%의 지분을 가진 동화면세점까지 포함하면 총 33.2%에 달하기 때문이다.

면세점 후보지는 한류·관광·쇼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용산 아이파크몰로 선정했다. 해당 지역은 강북과 강남을 잇는 가교로서 용산전자상가가 인접한데다 공항철도까지 연결된다면 면세점으로선 최적지라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그룹의 모태이자 85년 역사의 국내 1호 백화점인 명동 본점 명품관 전체를 시내면세점 후보지로 결정했다. 면세점은 신세계그룹의 20년 숙원인 만큼 강한 승부수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신세계는 소공동 본점 면세점을 통해 명동의 중국인 관광객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롯데그룹과 한판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신세계는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함께 명동을 면세점 타운으로 조성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전통시장인 남대문과도 연계를 구체화해 중소상인과의 상생 방안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특유의 뚝심으로 지난 2012년 9월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인수, 지난해 김해공항에 두 번째 면세점을, 올해 2월에는 인천공항에 면세점을 개설했다.

이번에 신세계가 면세점을 확보하면, 그룹 내에서 정 부회장의 위상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각각 17.3%씩 갖고 있다. 아들 정 부회장은 이보다 적은 7.32%씩을 보유하고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역시 면세점을 새 성장 동력으로 보고 이를 따내는 데 그룹의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요즘 중국 관광객의 강남행이 잦아지고 있는 만큼 현대백화점의 강남 면세점(코엑스점) 주장은 관광객의 강남북 분산 효과라는 측면에서 호소력이 있다는 반응도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롯데는 독점논란을 의식해 뒤늦게 동대문 피트인을 면세점 후보지로 정하고 뒤늦게 출사표를 냈으나 속내는 절실하다. 롯데는 연말로 소공점과 코엑스점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연말 대전(大戰) 준비 차원에서라도 6월 입찰 참가는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면세점 사업의 퇴조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가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친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과의 그룹 후계 경쟁에서 승리한 신동빈 회장은 이제 사실상 그룹 최고경영자로서 성과물을 내놓아야 할 시기가 됐기 때문이다.

'여의도 면세점' 카드를 내놓은 김승연 한화 회장의 활발한 행보도 눈길을 끌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여의도 63빌딩에 면세점을 개설해 쇼핑·엔터테인먼트·식음료 시설을 연계한 63빌딩 문화쇼핑센터 구상을 하고 있다.

명동과 종로 등에만 집중된 관광객을 분산시켜 서울 서남권 지역의 관광 진흥 효과도 꾀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또 주변 노량진 수산시장과 선유도공원, 한강공원, 국회의사당 등 지역적 환경을 활용한 외국인 관광 벨트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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