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력' 더하는 가계빚 폭탄, 비상구가 없다
'폭발력' 더하는 가계빚 폭탄, 비상구가 없다
  • 정초원 이은선 기자
  • ees@seoulfn.com
  • 승인 2015.05.2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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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초원 이은선기자] 지난해 2분기 1040조원을 돌파했던 가계빚이 부동산 규제 완화와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3분기 만에 110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올 들어서는 잔액 뿐만 아니라 증가폭도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며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와 함께 불어난 상환 부담이 가계 소비를 제약해 경기 회복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불어난 가계부채의 원금상환 일정이 일시 도래한다면 소비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여기에 중·저소득층 대출과 생활자금 대출의 확대가 미국발 시장금리 상승, 부동산 가격 하락과 맞물릴 경우 취약계층의 부실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 위협적인 가계빚 급증…"당분간 지속될 것"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 등 전체 빚을 의미하는 가계신용은 올 1분기 말 1099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공식 발표된 4월 은행권 가계대출이 8조8000억원 늘면서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1100조원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상태다.

가계부채는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고질적 리스크로 지적돼 왔으나 문제는 최근 증가세가 과도하게 가파른 데 있다. 지난 3월 기준금리 인하 당시 "가계부채보다 성장과 물가 등 거시경제 상황을 우선시하겠다"고 밝혔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5월 금리동결 결정 직후에는 "최근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우려했다.

단기적으로는 지금과 같은 가계부채 급증세가 잦아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직접금융 규제 완화 이후 기준금리 인하가 가세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욱 확대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규제 완화와 함께 한국은행의 완화정책도 일정 기간 이어질 것으로 공표된 이상 기존의 정책 방향이 뒤집히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저소득층 대출 확대…취약계층 부실위험 경고

정부는 가계부채의 질적 수준이 양호해 대규모 부실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최근 "지난해 가계부채의 70%가 소득상위 30%에 몰려있다"며 "가계부채 규모 역시 금융자산의 38% 수준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저소득 대출자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데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맞물려 자영업자 대출도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자료를 보면 가계대출 잔액 중 저소득 차주의 비중(소득 1~2분위 비중)은 지난 2012년 3월말 13.8%에서 2014년 3월말 15%로 상승했으며, 자영업자 대출 역시 2012년중 5.4%에서 2014년중 9.3%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LTV·DTI 비율이 완화된 이후의 지난해 8월 이후 한달간 늘어난 가계부채를 분석한 결과 전체 가계부채 증가분의 29%를 저소득층(소득 3000만원 이하)이 차지했다. 소득 6000만원 이하의 중·저소득층 비중은 69%에 달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체 가계부채에서 상위 계층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는 주장은 지나친 낙관론일 수 있다"며 "저소득층의 가계부채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어 경제 불안 요인으로 대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완중 연구위원은 "미국도 서브프라임 당시 소득이 낮은 계층 위주로 부실화가 시작됐다"며 "우리도 실질적 부실이 일어난다면 하위 40%가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채를 갚는 과정에서 소비와 투자가 줄어 경제 전체의 역동성이 크게 떨어진다면 저성장 국면 진입이 불가피 하다"고 내다봤다.

◇소비제약 이미 진행…美 금리인상+부동산價 하락 우려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소비제약은 이미 우리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다발적으로 늘어난 가계부채의 상환일정이 동시 도래하고 향후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과 부동산 가격 하락이 맞물릴 경우 내수가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연구실장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인위적으로 활성화시켜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책을 펼치면서 가계부채가 대부분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그러나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데다 가계부채 상환 부담으로 소비가 제약되고 있어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가계 소비성향 추이. (자료=산업연구원)

산업연구원 역시 한국경제의 가계부채가 1990년대 일본 장기침체와 같은 내수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강두용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전 가계부채는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를 미쳤으나 최근에는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와 함께 소비 제약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며 "향후 가계가 본격적 부채조정에 돌입할 경우 소비와 내수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 중 위험도가 높은 변동금리나 이자만 갚은 대출 비중은 75% 가량으로 추산된다. 이미 소비 제약 현상이 현실화된 가운데 원금 상환 시기가 일시 도래할 경우 내수 활성화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노무라 증권은 최근 가계부채 보고서를 통해 "이자만 내는 주택담보대출의 원금 상환이 2019년부터 급증할 것"이라며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5년 후인 2020년초부터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임박했다는 점도 중단기적으로 가계부채에 부담을 미칠 수밖에 없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올 4월 중순부터 독일 국채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미국, 일본 금리가 상승했고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가 시중 금리를 올리는 상황을 목격했다"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국내 대출금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심전환대출로 구제받지 못한 저신용, 변동금리부 대출자들이 원금상환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저소득층이 위험해지고 이것이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악순환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안심대출 저신용자 사각지대…미시적 대응 시급

최근 정부가 내놓은 안심전환대출 등의 대책으로는 위험성이 높은 저소득층의 부실에 대응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다만, 대책 수립에 있어서는 부작용이 높은 총량규제보다는 소득 수준과 상환 부담을 고려한 미시적 정책이 단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 인위적이고 획일적인 방법으로 가계부채 총량을 규제하지 않기로한 것은 적절하다"면서도 "안심전환대출도 저소득층의 가계구조 개선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누가 어떤 용도로 가계부채를 늘렸고 이들의 상환능력과 부담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고려해 차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를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지난 3월 구축한 가계부채 DB의 분석과 공표 시기를 서둘러 적절한 대책을 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이승훈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가계부채의 총량을 규제할 경우 은행권 대출이 묶여 비은행 및 대부업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경기가 살아나려면 부채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와 총량규제는 상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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