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도 총리에겐 너무 부담스런 'G4'
[기자수첩] 인도 총리에겐 너무 부담스런 'G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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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지난주 한국을 찾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그는 국내 굴지의 기업인들과 잇따라 만난 직후 트위터에 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 사장이 함께 찍은 사진은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신 사장이 모디 총리에게 삼성전자 인도 공장에서 생산된 '갤럭시S6 엣지' 골드 플래티넘 모델을 선물했기 때문이다.

세간의 시선은 자연스레 LG로 옮겨갔다. 하지만 모디 총리의 SNS에서 'G4'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 LG전자가 모디 총리에게 G4를 선물했다면 큰 결례였을지 모를 일이다.

모디 총리는 12억 인도 인구의 83% 정도를 차지하는 정통 힌두교 신자다. 힌두교 신자들은 익히 알려져 있듯 소에서 나오는 천연 물질을 신성하게 여긴다. 최근 인도 마하라슈트라 주와 뉴델리 인근 하리아나 주는 암소 뿐 만 아니라 수소의 도축과 소고기 판매를 법적으로 금지하기도 했다.

인도에서 소가죽 제품을 이용하는 이들은 인구의 10% 남짓인 이슬람교 신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고급 암소 가죽을 후면커버에 적용했다고 강조해온 G4를 선물하는 것은 있어선 안 될 일이었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LG전자가 급성장하는 인도 시장을 배제한 배경에 대한 의문이다. 천연 가죽을 적용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분명 LG전자가 던진 '묘수'라 할 만 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글로벌시장을 겨냥한 전략 제품이라고 하기에는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더욱이 인도는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지난 2012년 판매량 기준 전 세계 9위였던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에 자리했을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신 사장이 갤럭시S6 엣지를 모디 총리에게 선물한 것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염두에 둔 마케팅의 일환이다.

삼성전자는 물론 화웨이, 샤오미, 레노보 등도 인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대신할 최대 승부처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LG 입장에서도 할말은 있을 것이다. G4 모델 중에서는 가죽이 아닌 세라믹 느낌을 낸 플라스틱 후면커버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인 제품은 역시 천연가죽 후면커버를 적용한 모델이다.

더욱 아쉬운 것은 G4가 그 어느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 제품이라는 점에서다. 깨끗한 디스플레이는 물론 손에 잡히는 감촉, 빠르고 정확한 카메라 구동력, 간결한 사용자환경(UX)까지 수많은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다.

하지만 제품은 수많은 소비자들의 손 안에서 그 가치를 꽃 피운다. LG전자가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폰 기술력을 갖춘 것은 많은 이들이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조준호 MC사업본부 사장이 자신했던 '의미 있는' 세계 스마트폰 3위는 G4의 뜻하지 않는 한계에 가로막혔다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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