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조로하는 사회를 위한 처방
<칼럼>조로하는 사회를 위한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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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마른 사람도 그렇지만 대개 비만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빨리 늙는다. 처음 살찌기 시작할 때는 겉보기에 남보다 주름살도 안보이고 더 젊은 듯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각종 성인병 증상들이 남들보다 먼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빠른 속도로 신체적 노화가 진행된다.

그런 현상을 극복하자면 뭐니 뭐니 해도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최상이라고들 한다.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만 해소를 위해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 아니다. 그런 사람일수록 핑계거리도 참 많다. 시간이 없다거나 일이 너무 많다거나 혹은 경제적 여유가 안 된다는 주장까지 한다. 혹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 운동을 할 수 없다고도 한다.

그러면서 빠르게 육체적 노화가 오고 무기력이 뒤따르며 정신적으로도 조로하게 된다. 그렇게 악순환의 고리에 걸려들게 된다.

인간 개개인들의 노화가 그렇듯 사회 또한 게으름과 무책임, 무기력이 뒤엉키며 피할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빠져들 듯 노화가 진행된다. 그런 사회일수록 서로 상대에게 노화의 원인이 있다고 삿대질하며 책임 전가에 급급할 뿐 막상 필요한 대책을 세워도 수용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사회 전체의 어두운 전망을 염려하면서도 노화를 막기 위해 개개인들이, 혹은 각 기업들이 각자 감내해야 할 고통은 서로 피하려고만 한다. 마치 핑계거리를 찾으며 운동을 피하기만 하는 비만인처럼.

삼성경제연구소가 이달 들어 내놓은 ‘한국경제 20년 재조정’ 보고서는 한국경제가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빠질 위기에 놓여있다고 지적한다. 선진화를 달성하기도 전에 조로현상을 보이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이 보고서는 지난 80년대 8% 안팎이던 우리나라 연평균 경제 성장률이 2000년 이후 4.5%로 대폭 떨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공급 부문에서는 저출산, 고령화, 주 5일제 근무 등의 영향으로 연평균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이 1987/1997년의 1.6%에서 2000~2005년 0.6%로 급감했고 신규투자 위축으로 연평균 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도 같은 기간 5%에서 2.9%로 낮아졌다고도 했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같은 기간 8.9%에서 3.4%로 떨어졌고 앞으로도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모두 성장력 회복을 쉽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연구소는 또 “공급 및 수요 요인의 개선 없이는 2000~2005년 현재 5.1% 수준의 잠재성장률도 유지하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그런데 이런 거시적 분석을 해놓고 내놓은 원인 진단과 대책들은 균형이 잘 안맞아 보인다. 조로현상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들을 보면 핑계 대는 어린애 말만 듣고 흥분하는 철없는 부모들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다소 민망하다.

외환위기의 후유증, 정책 대응 미숙 등을 지적한 것은 맞다. 그 원인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기업이건 개인이건 모두 정부만 바라보고 대통령만 바라보는 유아원 국가인가 싶게 책임추궁이 너무 편중됐다는 인상을 준다.

연구소는 성장잠재력 약화가 영·미식 경제 제도를 비판없이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우리 경제 고유의 활력과 자신감을 상실했고 경제 주체의 역량이 성과로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개방과 시장지향, 기업중시 등 성장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충고한다. 기업이 조직형태와 지배구조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고 한미FTA를 비롯한 개방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총수요 확대정책이 절실하다고도 지적한다. 물론 소비진작을 위해 노후, 고용, 자녀, 주거 등 4대 불안 요인 해소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사족처럼 덧붙였다.

한마디로 “재벌 맘대로”하게 내버려두고 정부는 개인복지만 신경쓰라는 얘기인데 그렇게 한 결과의 결실은 누구 것이고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책임은 역시 정부몫일 터인데 간섭은 'NO' 지원은 'YES'인 게다. 우리들 집안에도 이런 식구들 있다. 홍승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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