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비자 신뢰 져버린 홈쇼핑
[기자수첩] 소비자 신뢰 져버린 홈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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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홈쇼핑만 믿고 제품을 구매했습니다. '믿고 한번 써보세요'라는 말이 없었으면 잘 알려지지도 않은 제품을 구매했겠습니까. 책임지지 못할 말은 하지 말았어야죠"

'가짜 백수오' 제품을 구매한 한 소비자의 격앙된 목소리다. 가짜 백수오 파동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지만, 식품 판매를 허가해준 정부를 비롯해 제조 및 판매업체 모두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일단 피해자들은 홈쇼핑업체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백화점 및 대형마트들이 '전액 환불'에 나선 것과 대조적으로 홈쇼핑 업체들은 복용 후 남은 물량만 환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자 인심쓰듯 내놓은 조치다.

홈쇼핑업체들도 나름의 사정은 있다. 홈쇼핑 업계의 백수오 제품 판매 규모는 최대 2600억여원에 달한다. 업체별로는 롯데홈쇼핑 500억원, GS홈쇼핑 480억원, CJ오쇼핑 400억~500억원, 현대홈쇼핑 100억원, NS홈쇼핑 11억원 정도다.

전액 환불을 결정할 경우 업계는 연간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특히 홈앤쇼핑은 지난해 영업이익(919억)을 고스란히 토해내야 한다.

업체들은 무엇보다 이번 사태의 진앙지인 내츄럴엔도텍을 상대로 구상권 청구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전액환불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의 인증을 믿고 판매한 홈쇼핑이 왜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냐며 억울한 심경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홈쇼핑업계가 이번 사태를 단순히 비용 문제로 인식해서는 안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홈쇼핑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 문제가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논란이 된 제품은 부모님 혹은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다. 감사의 마음을 담았던 선물이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는 내용에 소비자들은 가장 허탈했다고 한다.

이번 백수오 파동 직후 오락가락했던 정부의 태도와 홈쇼핑업체들이 보여준 나몰라라식 행태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스스로 져버렸다고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소비자는 구매 물품에 관한 정보 측면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으며, 이를 부족하나마 해소시켜주는 것은 판매자의 몫이다. 제조업체가 아니더라도 기업의 간판과 쇼호스트의 얼굴을 내걸고 소비자에게 물품을 파는 경우라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판매자들도 책임을 면할 순 없다.

최근 지속된 내수침체에도 불구하고 홈쇼핑업계가 지난 20년간 꾸준히 성장해온 배경에는 소비자들의 신뢰가 바탕이 됐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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