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아니면 도박인 나라
투기 아니면 도박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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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형난제다. 서민들은 도박으로 패가망신하고 대기업과 부자들은 투기로 나라를 뒤흔든다. 결과적으로 전국이 투기 아니면 도박으로 죽 끓듯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다.

벌써 2주째 사행성 성인오락실 ‘바다이야기’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덩달아 정국도 뒤숭숭하다. 성인오락실에 매달려 패가망신하는 서민들은 저와 제 가족만 망하는 것으로 그 파장이 제한된다.
 
그러나 그런 사행성 오락이 산업화하면서 거기 얽힌 자금들이 결코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이미 시끄러울 만큼 시끄러워졌으니 오락실들이 줄줄이 문닫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 초기부터 뛰어든 업주야 그간 번 돈만으로도 충분할 터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잘된다는 소문에 뒤늦게 뛰어든 업주들은 상투잡고 거덜나게 생겼다.

뿐인가. 상품권 발행업체들도 그동안 큰 돈 벌었겠지만 요령좋게 한탕 벌고 빠져나간 사람들도 있을 터이고 뒤늦게 투자자금 들고 들어가 상투잡은 사람들 또 적지 않을 터이다. 그 상품권 업체들 줄줄이 부도는 또 예정된 수순일 터이니 게서 거덜 날 사람도 또 나타날 게다. 그렇다고 실질적 도박장인줄 뻔히 알면서 방치할 수도 없고 또 우리 사회가 그리 가도록 내버려 둘리도 없다.

그런 오락실 소동이 떠들썩한 한편에서는 판교신도시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소란을 덧붙인다.

성인오락실은 도박이 문제라면 판교신도시는 투기가 문제다. 분명 투기를 잡으려고 선택한 정책일 텐데 당초 의도와는 다른 기형적 결과가 나타났다. 시세차익 환수를 목적으로 도입한 중·대형 평형 아파트 채권입찰제가 평당 1천8백만원이라는 가공할 수준의 분양가를 낳았다.  

덕분에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겠다던 정책이 전국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불러오게 생겼다. 그렇다고 분양가를 낮추는 게 능사가 아님은 그동안의 부동산투기 패턴으로 충분히 경험했다.
 
현재의 분양가로도 충분히 시세차익을 얻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마당이니 분양가를 더 낮춰봤자 은행빚 내서라도 투기에 나서려는 세력들을 막을 방도가 없을 터이다.

실상 부동산시장 정책 자체가 참 골치 아플 수밖에 없는 구조하에 놓여 있다. 소수에게 집중돼 뭉쳐진 사회적 재화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적은 이익에 만족할만한 성격도 못된다. 결국 투기자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투기 자본 자체가 산업자금으로 용해되지 못하는 한 그 자본은 언제든 우리 사회를 출렁이게 하는 원인이 되게 돼 있다. 마치 반쯤 채운 물풍선과 같아서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터질 듯 팽팽해지고 그래서 부푼 쪽을 누르면 또 반대편으로 물이 몰려가 팽창한다.

그런데 산업자금 수요도 별로 생기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기업이고 중소기업이고 모두 현금 챙기기에 급급했었다면 올해는 대기업들이 그 현금을 풀어 투자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투자가 생산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주식을 사거나 기타 자산을 늘리는 데 돈을 써 현금 보유비중을 낮췄다는 것이다.

그동안이야 달러라도 재워둘 수 있었을 터이지만 올해 들어서는 갈수록 약해지기만 하는 달러로 보유해 자산 감소를 감수할 이유가 없을 터이다. 그렇다고 생산 의욕도 일지 않고 결국은 지분을 늘리기 위해서든 문어발을 뻗기 위해서든 주식투자가 늘었다 한다.

그런데 그 주식을 어디다 투자했을까. 자기 기업은 생산설비도 늘리지 않는 데 제조업에 투자했을까. 아니면 너나없이 덤벼드는 금융사 주식을 매입했다는 얘기일까. 아직 금융업은 경영권까지 소유하지 않는 단순한 지분 소유만으로는 투자 매력이 없을 성 싶은데 그도 알 수 없다.

어떻든 사람이 나이들고 덩치 커지면 책임이라는 것도 덩달아 커지듯 기업도 규모가 커지면 거기 걸맞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게 있기 마련이다. 부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모두 어린 아이들만 바글댄다. 도무지 ‘책임’을 아는 어른이 안보인다. 부자든 대기업이든. 모두가 게임에 중독된 어린이들처럼 도박과 투기로 눈이 벌겋다. 그러니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싶은데 그래도 저마다 질러대는 소리가 만많찮다. 목청들은 참 크다. 홍승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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