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통신 결합상품, 단품 품질 악화 초래"
[인터뷰] "통신 결합상품, 단품 품질 악화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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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 (사진=KT)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

[서울파이낸스 이철기자] "결합상품이 각 개별상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특히 유선상품의 경우 경쟁력의 개선과 무관하게 이동통신과의 결합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통신시장은 이동통신 시장 1위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반(反)SK텔레콤 진영으로 나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가장 중심에 있는 이슈는 이동통신, IPTV, 초고속인터넷 등을 묶어 파는 '결합상품'과 미래창조과학부의 '통신요금인가제'다.

18일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상무)을 만나 이에 대한 의견들을 들어보는 자리를 가졌다. 일단 그는 이같은 민감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환경의 변화 자체가 긍정적이라는 현상이라며 운을 뗐다.

김 부소장은 "지금까지는 소비자들의 '결합상품으로 인해 우리가 묶음으로 저렴하게 서비스들을 이용하는게 이익 아니냐. 단품으로 비싸게 사는 것이 소비자 후생의 증가냐'라는 여론에 밀려 문제제기조차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와 비교해 지금의 상황은 훨씬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우선, 김 부소장은 이동통신, 결합상품이 각 개별상품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모든 통신상품에 대해 결합을 금지한다면 향후 각각의 단품(인터넷, IPTV 등) 가격이 지금의 단품가격보다는 저렴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동통신의 지배력을 통해 다른 상품을 결합해 판매하면, 개별상품 품질 경쟁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부소장은 SK텔레콤의 이동통신 다회선 결합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쟁사는 (이동통신)3회선을 묶으면 초고속인터넷을 무료로 제공한다"며 "4인 가족 기준으로 봤을 때 50% 점유율인 SK텔레콤의 경우 한명만 끌어오면 3명을 묶는 상품이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똑같이 3회선을 결합하려고 해도 KT는 1.5명, LG유플러스는 2명을 추가로 데려와야하는 상황"이라며 "기존에 가입자가 많은 사업자가 단순히 이를 이용해 이후 가입자 모집의 우위가 발생하는 마케팅 전략은 프랑스 등 해외에서도 금지하고 있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SK텔레콤은 시장지배적사업자라는 이유로 어디까지 양보를 해야할까. 김 부소장은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도 국내 통신시장을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봐야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지배력이 있는 사업자가 이같은 결합할인을 진행하는 것은 당장 소비자에게는 좋다"면서도 "가입자가 많다는 이유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유리해지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중장기적인 면에서 시장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회와 정부가 요금인가제 폐지 등 규제 완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미래부는 이달 안에 발표할 '통신시장경쟁촉진방안'에 인가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폐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일정 공시기간 후에 요금제가 시행되도록 하는 '유보 신고제'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국회에서 인가제 폐지 법안이 다수 발의된 상황"이라며 "물론 이들 법안이 폐지 시 대안을 담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인가제 자체가 경쟁을 방해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인가제를 폐지할 경우 시장경쟁이 활성화 되는 것이 아니라 더 고착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사실 지금까지는 정부의 요금인가제가 느슨하게 운영됐다고 생각한다"며 "굳이 폐지를 해야한 한다면 유보신고제를 통과한 요금제라도 경쟁제한성이 생길 경우 사후규제를 할수있는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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