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브랜드 이야기
사랑받는 브랜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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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최상의 감정은 사랑일 것이다. 사랑한다는 감정보다 다소 낮은 단계로 좋아한다거나 흥미가 있다거나 등의 호감 영역이 있겠고 미워한다, 싫어한다는 반감이 있겠고 그 중간쯤에 요즘 유행하는 속어로 표현하자면 비호감이라 할 어정쩡한 감정들도 자리할 터이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장 고약한 관계는 그런 감정이 전혀 개입되지 않는 무관심일 터이다. 호감이든 반감이든 감정이 개입된다는 것은 상대의 존재가 인정된다는 전제가 성립되지만 무관심은 상대의 존재감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상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사랑의 감정은 친밀감, 열정, 책임감의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설명한단다. 그런데 많은 주변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사람은 완벽하고 빈틈이 없는 사람보다 유능하고 선량하기는 하되 약간의 허점도 보이고 또 때로는 뜻밖의 작은 일탈도 하는 사람인 경우가 많아 보인다.
 
아마도 완벽하고 빈틈없는 상대에게는 책임감이 일지 않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사회적 규범에 너무 꼭 맞춘 사람에게는 왠지 꽉 조이는 옷을 입은 듯 답답함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규범에서 벗어난 사람에게는 반감이 일기 마련이다. 그저 늘 성실한 사람이 때때로 약간 긴장 풀린 모습을 보일 때 호감이 생기는 것이다.
 
이는 수필가 피천득이 도자기를 두고 읊은 글에서 표현했던 ‘파격의 멋’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가지런한 것들 수십, 수백개 가운데 하나쯤 그 질서에 반역하는 모습에서 사람들은 긴장이 풀리고 편안함을 주는 상대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것일 터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런 감정이 상품이나 기업 브랜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한다. 올 봄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사랑받는 브랜드의 조건’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는 사랑받는 브랜드란 소비자들이 마치 친구나 연인, 가족에게 갖는 것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브랜드라고 정의했다. 기본적인 감정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이나 브랜드에 대한 느낌, 인상이 대동소이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글은 정크푸드의 대명사 맥도널드가 꾸준히 소비되는 것과 같이 도덕적으로 다소 결함이 있는 기업이나 상품 가운데서도 마치 흠 많은 연인처럼 꾸준히 사랑받는 것들이 다수 있다고 예시한다. 브랜드에 대한 사랑도 소꼽친구 사랑, 탐닉적 사랑, 실리적 사랑, 낭만적 사랑, 가족같은 사랑, 복종적 사랑,  완성된 사랑의 7가지 형태가 있단다.

따라서 이 글이 주장하는 바는 소비자가 사랑하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 결국 구애하는 마케팅을 하라는 것이다. 글로벌 톱 브랜드는 단순히 선택받는 대상이 아니라 오랜 기간 소비자와 감정적 관계를 구축해 이룩된 것이고 일단 구축된 관계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사람의 기억은 일단 한번 입력되면 쉽사리 수정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특히 호감이든 반감이든 한번 형성된 감성적 경험은 오래도록 유지된다.  독일이 종전 60년이 넘은 지금껏 2차대전 전범국가로서의 통렬한 자기반성을 계속하는 것은 나치의 전쟁범죄에 대한 유럽인들의 기억이 쉬이 지워지기 어렵다는 점을 정확히 이해한데서 나온 행동일 것이다.

우리는 워낙 험난한 시절을 살아온 탓인지 무엇이든 쉽게 ‘잊자’하는 사회문화를 갖고 있다. 그래서 남들의 기억 속에 오늘의 내가 강렬하게 오랫동안 남아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수십 년씩 기억을 붙들고 사는 세계인들을 상대해야 하는 입장에서 우리의 잘 잊는 집단망각증은 버릴 때가 됐다. 내가 상대와 같은 감성 코드로 맞춰가야 상대와 ‘사랑’을 할 수 있을 터이니까. 그러자면 개개인 모두가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익혀가야 할 성 싶기도 하다.

그렇게 할 때 우리의 브랜드들을 세계인 속에 단단히 뿌리내리게 하고 우리나라 또한 사랑받는 국가 브랜드로 거듭나게 될게다.  지금 한국 바람은 일고 있지만 아직 오랜 연인같은 안정적 브랜드화는 멀었다.  홍승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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