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본시장 김영란법'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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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등 이러한 불공정거래를 해결하려면 '베스트애널리스트'(폴) 평가 제도부터 근절시켜야합니다"

최근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규제 방안인 이른바 '자본시장의 김영란법'에 대한 한 증권사 관계자 K씨의 발언이다.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오는 7월1일부터 미공개 정보를 유포 이용하는 자는 '시장질서 교란행위자'에 해당돼 처벌받게 된다. 현재 미공개 정보를 유출한 애널리스트, 1차 정보수령자만 처벌 대상이지만 앞으로는 2차, 3차 정보수령자도 5억원 이하의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된다.

지난해 연초부터 불거진 CJ E&M 미공개 정보유출 사건부터 NHN엔터테인먼트, 게임빌, 한미약품까지...호·악재성 미공개 정보를 애널리스트가 펀드매니저에게 흘리는 이 같은 불법행위는 그만큼 증권업계에서 관행으로 여겼다는 걸 방증하는 사건이었다. 이에 준법감시협의회는 이러한 행위들을 규제하기 위해 '애널리스트 미공개 정보 이용 방지를 위한 준법감시 검토사례'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증권업계에 뿌리깊히 박혀 있는 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 이들의 유착관계는 한 번에 잘라내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K씨에 따르면 여전히 애널리스트들은 아침에 메신저(SNS)를 로그인하자마자 펀드매니저에게 미공개 정보 등을 보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관행의 뿌리는 1990년대 말부터 자리잡은 베스트애널리스트 행사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베스트애널리스트가 되면 연봉과 함께 평판도 같이 올라가기 때문에 투표권이 있는 펀드매니저에게 그만큼 애널리스트가 목을 멘다는 것이다.

결국 이 폴 제도가 투자자간에 정보 비대칭성을 축소시켜 시장의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알려져 있는 애널리스트의 본연의 임무를 이 같은 선정에 집착하는 과당 경쟁으로 몰고 가게 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자본시장연구원에선 이 같은 폴 제도가 기관투자자(펀드매니저)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종속성을 더 강화시켜 애널리스트의 사전정보제공 행태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제2, 3자에게까지도 처벌을 확대하는 이번 규제 방안은 '가지치기'에 해당될 뿐이다.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이 오래된 관행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겠지만, 애널리스트 스스로가 폴에 참여치 않거나 증권사가 이곳에서 반영되는 점수를 줄인다면 이 같은 악습은 서서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루 빨리 악습의 근본을 제거해 '자본시장 김영란법'이 탄력을 받아 건전 증시에 보탬이 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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