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짝' 분양열기의 결과물
[기자수첩] '반짝' 분양열기의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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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황', '침체'라는 말이 어울릴법 했던 분양시장이 어느새 '열기', '훈풍' 일색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일단 주택경기를 살려 경제를 부양하겠다는 정부의 각종 대책들이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기반 마련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특히 1%대 초저금리에 총부채상환비율(DTI)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 등으로 주택구매를 위한 여건도 한결 좋아졌다.

재계약을 위해 수천만원 이상의 보증금을 올려주던 전세 세입자들도 지긋지긋한 전세난에 지쳐 '차라리 집을 사겠다'고 돌아선 사례가 크게 늘었다는 것은 통계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건설사들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읽었는지 시장 침체기에 쌓아뒀던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밀어내기' 분양을 시도하고 있다. 내년에도 호황이 지속된다고 장담할 수 없으니 장이 섰을 때 바짝 팔자는 속내다.

실제로 자사 DB를 분석한 결과 3월 1주부터 5월 1주까지 10주간 총 133개 견본주택이 개관하고 6만6081가구가 공급되는 등 봄 분양시장이 절정을 맞았다. 이 기간 분양가구 수는 전년동기(5만7389가구)대비 13%가량 늘어났으며 견본주택 개관 수(73개) 역시 같은 기간 46% 급증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과거 쓰라린 경험을 통해 향후 2~3년 뒤 입주시기가 왔을 때 그들의 표정이 어떠할지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앞서 2000년대 중반 주택시장 호황기에 계약자들은 프리미엄(웃돈)을 기대하고 청약을 했지만, 정작 입주시기에는 시장 침체로 시세가 분양가 이하로 떨어져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고 건설사들은 미입주로 잔금 회수를 못 해 줄줄이 자금난을 겪었다.

당시와 현재 상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지만, '제로' 수준인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사태의 심각성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입주 대기자들이 대출금리 부담에 입주시기에 잔금을 치르지 못한다면 입주 포기 등으로 대거 미분양 사태까지 맞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미분양이 속출하면 해당 아파트는 물론, 인근 집값까지 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다시 형성된다. 작금의 활황이 '폭탄'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최근 소비 여력을 쥐어짜 간신히 마련한 '내 집'의 이자도 못 내는 사람들이 많아질 경우 지난 2008년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단순한 기우로 읽히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분양시장의 장은 분명히 섰다. 다만 분양시장의 훈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건설업계의 미필적 고의를 수요자들이 좀 더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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