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국에는 짝퉁차만 다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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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중국과 자동차하면 흔히 '싸구려 짝퉁차'를 떠올리곤 한다. 기자 역시 상하이 출장길에 올라 도로에 닿기 전까지 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유명 해외 브랜드의 외관만 어설프게 따라한 로컬 브랜드 차량만 다닌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최대 경제 도시로 꼽히는 상하이에서 경험한 중국은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자동차 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지난 29일 막을 내린 '2015 상하이모터쇼'는 한층 성숙된 중국의 자동차 문화와 시장의 성장을 대변했다. 국제 모터쇼 중 가장 큰 규모로 치러진다기에 걱정도 했지만 실제 모터쇼를 취재하는 과정은 수월했다. 프레스데이에는 일반인들의 출입을 철저하게 관리해 업체 설명회를 듣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지난해 베이징 모터쇼와는 달리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올해 처음 모터쇼가 열리는 상하이 국가컨벤션센터는 총 8개 전시관이 네잎클로버와 같은 구조로 설계돼 있어 건물 간 이동이 수월했고, 화장실이나 식당 이용 등 기타 편의 시설 뿐 아니라 안내문과 표지판도 보기 쉽게 정리돼 있었다.

며칠 뒤 일반인 공개일에도 다시 한 번 모터쇼장을 찾았다. 남녀를 불문하고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이 몰렸지만, 브랜드별로 전시 공간이 넓어 전시 차종과 많은 관람객을 충분히 소화했다. 특히 이번 상하이모터쇼 사무국에서는 전시에 집중하기 위해 레이싱 모델을 세우지 않겠다고 공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신 전시 부스마다 단정한 복장의 여성 도우미들이 브로셔를 나눠주거나 차량에 대해 설명을 했다. 노출이 심한 레이싱 모델과 또 그들을 찍기 위해 앞을 가리는 사진사들 때문에 인상을 찌푸릴 필요가 없었다. 부스마다 관람객들은 전시 차량의 내외관을 꼼꼼히 살펴보며 도우미와 긴 시간 대화를 나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2009년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최대 규모로 등극했다. 이후에도 연평균 두 자리수가 넘는 성장을 거듭하며 지난 2013년 200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8% 성장한 2300만대 이상을 판매, 단순 판매량으로 보면 성장세는 점차 둔화되고 있지만 질적 성장은 계속되는 추세다. 현대·기아자동차를 포함해 폭스바겐, GM 등 글로벌 업체들이 현지 공장 생산과 합작 판매 법인 설립 등으로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사람들이 형편이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젊은 사람들은 한국보다 훨씬 나아요. 조부모와 부모 재산을 자녀 한 명이 다 물려받고, 복지 제도와 주택 장기 대출이 잘 돼 있어서 저축보다는 소비를 하는 편이거든요. 공장에 다니는 20대 생산직 직원만해도 집이랑 차가 다 있을 정도예요."

상하이에서 만난 베이징현대 고위 관계자가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바링허우(80년대생)'과 '지우링허우(90년대생)'이라 불리는 20대~30대 젊은 세대의 구매력이 좋다는 점은 향후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게 한다. 이들은 해외 여행과 유학 문화에 익숙한 세대인만큼 램프 안에 생기는 기포나 습기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로 품질도 까다롭게 따진다고 한다. 최근 현대차가 2002년 처음 중국에 진출한 지 13년만에 현대·기아차가 누적판매 1000만대를 돌파했다. 중국의 경쟁 심화 속에서 높아진 중국 소비자의 안목을 잡기 위해서는 '양보다 질'로 접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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