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김진표장관 '23조 유동성' 믿을 만한가
(초점)김진표장관 '23조 유동성' 믿을 만한가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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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채권발행 난항… 이익도 8조 안될 듯
지난 28일 김진표 재경부 장관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카드채 문제에 대해 23조원의 유동성이 확보돼 현재 10%대인 연체율이 30%로 올라가도 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과연 그럴까. 시장은 이 말을 얼마나 믿을 것인가. 이런 주장은 시장 상황이 정부가 의도한 대로 최상의 조건으로 진행됐을 때 가능한 얘기다.

카드사들은 여전히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신규 카드채를 일반 회사채 금리보다 3∼4%p 높은 8∼9%로 발행해도 매수 주체가 없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상대적으로 LG, 삼성, 현대카드 등 재벌계 카드사들의 어려움이 더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규 발행 카드채 판매에 나선 재벌계 증권사 직원들은 고금리에도 불구, 상호저축은행에서도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다. 상호저축은행중앙회 한 관계자는 각 회원사들이 (매입여부를) 결정할 일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섣불리 매입하기보다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시장이 여전히 카드사 유동성 위기 해소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도권 금융의 최후위인 상호저축은행들조차 카드채 매입에 선별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재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23조라는 금액은 지난 4·3대책 때 파악한 내부유보액 14조7천억원(03년 2월말 기준 대손충당금 5조1천억원, 자기자본 5조원, 증자 4조6천억원)에 올해 카드사들의 충당금 적립전 이익 추정치 8조2천억을 더한 금액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증자와 이익 추정치 부분에 의문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5월에 집중된 카드사 증자계획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 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카드사별 CP발행 규모 등 투자 위험도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 근거 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투자에 나설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주주들이 내심 증자를 꺼리는 것도 부담이다.

거기다 정부는 카드사에게 채권 신규발행, 경비절감을 통한 경영합리화를 요구했지만 고금리에도 불구, 신규발행된 채권이 거의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매매가 이루어지더라도 8∼9%의 고금리는 미래의 또 다른 잠재적 위험 요인이다. 게다가 금융권 공동으로 만기연장하기로 했던 룰도 곳곳에서 깨지고 있다. 전 금융권이 만기 도래한 옵션 CP를 최대한 회수하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충당금적립전 이익추정치가 8조를 넘을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수수료를 4%p 인상했을 때 수지개선 효과를 업계에서는 총 4조∼5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나머지 자체 경비절감, 출혈영업행위 시정, 보유자산 매각 등의 부대 대책으로 과연 4조∼5조원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 관련자들은 의심하고 있다. 정부는 4·3대책은 이런 전제 조건이 모두 충족됐을 경우에 하반기중 모든 신용카드사가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6월까지 시간을 벌긴 했지만 만기연장, 증자, 채권발행 삼박자가 삐걱대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을 100% 신뢰하기란 힘든 상황이다. 정부는 당초 7월에 도래할 카드채를 3조원 정도로 파악했지만 실제 도래액은 그 두 배가 넘는 6조∼7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전체 상환액 22조∼23조원을 단순히 6개월로 나누면 1개월에 3조∼4조원이지만 실제로는 만기도래 금액이 그리 골고루 분포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채권 전문가들은 3개월 미만 CP를 고려했을 때 보수적으로 잡아도 7월에만 6조∼7조원은 될 것으로 분석했다. 게다가 금융기관들은 6월 만기연장 기간이 끝나기만 하면 카드채 회수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정부는 4·3대책 외에 추가대책도 세워 놓았다고 늘 강조해 왔다. 정부가 품고 있는 조커로는 크게 ▲카드채 만기 재연장 ▲상환된 브리지론 재투입 ▲채권안정기금 발행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대책들은 모두 국가 신용도 하락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해야만 한다. 그래서 정부 한 관계자는 추가대책이 있긴 하지만 쓰고 싶지는 않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정부가 조커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는 시간만이 알고 있다. 다만 때늦은 후회가 남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최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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