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LS, '국민재테크'로의 성장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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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지난 2010년 H증권사와 리스크헷징을 담당하고 있는 R사가 SK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을 투자자에게 판매했다.

그런데 파생상품의 상환의무를 가지고 있는 R사가 해당 상품의 만기일에 기초자산인 SK 보통주를 대량 매도함으로써 주가를 기준가격보다 낮게 형성해 당시 투자하고 있던 투자자들의 상환이 불가하게 됐다. 뿔난 투자자들은 H증권과 R사를 상대로 증권관련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또 지난해에는 ELS 수익금 및 원금 지급기준이 되는 기초자산 가격을 조작한 혐의로 D증권, M증권, B운용사 등 주식 트레이더 4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중도상환일이나 만기일에 주가가 기준가격 이상이면 수익금을 지급하는 ELS를 판매한 뒤, 수익금을 주지 않으려고 대량으로 주식을 내다팔아 주가를 떨어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에게 내려진 처분은 고작 '불구속 기소'였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투자상품에 대한 관심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지만, ELS 관련 사건사고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증권사 ELS 상품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중위험·중수익 조건을 대체할 만한 상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ETF(상장지수펀드)나 롱숏·헤지펀드 등은 다양성에서 해외시장에 밀리고 있고, 해외 채권투자 역시 환손실 우려 탓에 개인들이 직접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ELS를 제외한 파생상품의 거래규모는 2012년 이래 꾸준하게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올해 발행될 ELS규모가 100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으며, 한국거래소도 ELS의 상장을 검토하겠다며 후방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ELS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주가조작 등 투자자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관련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트레이더가 문제라며 '우리와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식으로 대처하는 증권사들의 나몰라라 행태 역시 반복되고 있다.

이와 함께 ELS를 원금손실이 없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식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점도 또 다른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안전 투자 성향이 높은 장년층이 주요 고객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해서라도 '중위험·중수익'이라는 문구를 아예 빼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예전 모 운용사에서 상당 규모액으로 운용하던 펀드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손실이 나자 '리먼 브라더스' 때문이라는 핑계를 댑니다. 하지만 통상 투자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금융사가 이런 반응을 하다는 건 '변명에 불과하다'는 생각뿐입니다."

전날 한국거래소가 주최한 '2015 건전증시포럼'의 패널토론서 나온 한 금융전문가의 발언이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소극적 대처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할 경우 ELS는 금융투자업계의 바람대로 '국민 재테크'로 자리잡을 수 없다. 금융당국의 감시·감독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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