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방위협력과 전시작전권
미·일 방위협력과 전시작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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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미국과 일본 정부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전제로 한 새 방위협력지침에 공식 합의하면서 일단 유사시 일본의 한반도 개입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의 문제 제기를 반영해 제3국의 주권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는 내용을 담았다며 일본군의 주권 침해 가능성은 없다고 하지만 전시작전권을 주한 미군에 넘겨준 한국의 선택권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래서 우려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미국이 제발 전시작전권을 돌려주지 말라고 사정을 했다. 대한민국의 국방력은 세계 6위라는데 우리가 직접 중국이나 일본과 전쟁을 벌일 계획도 없으면서 미국이 지켜주지 않으면 우리는 스스로 지킬 능력이 없다고 세계만방에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차라리 우리의 국방력을 자랑이나 하지 말 일이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군대를 줄이거나 국방예산을 줄일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북한의 위험이 상존한다는 이유뿐이라면 지금 우리의 국방력은 결코 부족한 수준이 아님을 한국 군대는 모르고 있을까. 그건 아닐 텐데 무슨 영문인지 소시민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물론 6.25 전쟁을 치르면서 겪은 고통이 막대했고 그로 인해 우리가 허리 펴고 일어서는 데 긴 시간이 필요했으니 또다시 전쟁이 일어날까를 염려하는 것은 분명 타당하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 때는 6.25때의 파괴 수준은 아무 것도 아니었음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며 빈털터리가 된 황폐한 나라에서 치른 전쟁으로도 엄청난 인명피해는 물론 막대한 물적 피해까지 입었는데 그나마 이제 물질적으로는 제법 누리고 살게 된 상태에서 다시 그런 초토화를 겪는다면 다시 일어설 힘조차 잃을 지도 모른다.

북한의 침략을 겁내지만 6.25를 통해 초토화된 것은 남한 만이 아니었다. 더구나 당시보다 발달된 전쟁무기들은 다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경우 남과 북 어느 쪽도 존속할 수 없는, 즉 한민족 자체를 세계사에서 소멸시켜 버릴 위험성이 엄청나게 커져버렸다. 그래서 절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고 그래서 흡수통일의 망상을 버리고 평화로운 공존과정을 거친 자연스러운 통일로 나아가야만 한다.

또 어떻게든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지혜를 짜내야만 한다. 미군의 주둔이 북한에 대한 전쟁억지력을 제공해준다고 믿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미군이 한 때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준비했고 텍사스 공군기지에서 출진 직전에 무마된 적도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어떻게 우리의 안전이 보장되는 길인지 의아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한반도 주둔이 단지 북한만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 것은 소시민들도 다 아는 일이다. 대 중국 방위라인에 포함됨으로써 미국과 중국의 갈등 상황에서 한반도는 최전선이 될 위험성이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회수하기로 했던 전시작전권을 다시 미국에 맡겼다.

물론 우리가 영세중립국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세중립국을 선언할 형편도 아니니 여차하면 어느 한쪽에 줄서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그렇다고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없는 국가라고 스스로 포복자세를 취할 필요까지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금 당장 세계대전이 벌어질 상황도 아니고 단지 초강대국 미국의 권위와 이익에 이용될 뿐인 방위라인에 들지 못할까봐 두려워 자주국방의 핵심이라 할 전시작전권을 두 손 들어 바칠 일은 아니었다.

강대국에 복속하는 길만이 우리가 살 길이라며 이성계의 조선은 5백년간 국방력을 키우는 대신 공자를 받들어 모시느라 왕권마저 그 아래 깔아뭉갰고 세계정세는 중국의 눈에 기대다보니 우물 안 개구리 신세가 됐고 결과는 세 번의 치명적 전란과 식민지배의 고통스러운 역사로 남겨줬다.

조선 5백년간의 사대주의는 지배층의 기회주의를 고양시켜 친일귀족들 대부분이 당대의 지배층이었던 또 다른 비극을 낳았다. 그런 기회주의가 오늘날 미군 없이는 곧 나라가 망할 듯이 떠드는 신 사대주의로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전작권 환수를 막던 논리 가운데 하나는 미국과 일본의 정보능력에서 제외되는 게 두렵다는 것이었다. 스스로의 눈과 귀를 막았던 조선 5백년의 재판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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