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그리스의 순탄치 않은 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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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두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요즘 사회적으로 '성완종 리스트'가 논란이 되고 있다. 또 한번의 사회 지도층에 대한 불신에 국민들의 실망감은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도 또 다시 그렉시트(Grexit) 우려가 불거지며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5년 전인 2010년 4월13일 그리스가 처음으로 유럽연합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래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리스크다. 우려만 불거지다가 사그라진 경험이 많아 이미 금융시장에는 면역이 생겼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현재까지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이 치킨게임 양상에 돌입해 순조로운 협상 타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영란은행(BOE)은 영국 은행권들에게 그렉시트(Grexit)에 따른 대비책 마련을 촉구했다. IMF는 수정 경제전망 발표와 함께 그리스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S&P는 그리스 신용등급을 'CCC' 상태로 강등했다. 일반적으로 'CCC' 등급은 언제든 디폴트로 떨어질 수 있는 상태로 간주된다.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일명 채권단 '트로이카'는 그리스 정부와 연금, 민영화, 노동 관계법, 부가가치세율 인상 등 4가지 쟁점에서 대립하고 있다. 채권단은 그리스 정부에 강력한(?) 구조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개혁의지를 보여준다면 채권단은 낮은 금리로 구제금융 자금을 제공한다는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는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그리스 집권당인 시리자당이 지난 1월 선거 당시 공약한 공무원 고용 확대와 민영화 중단등을 재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긴축 반대를 기치로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시리자당이 국민들의 성원을 무시하고 쉽게 채권단의 손을 잡기 어려운 이유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의 경기 둔화가 이어지며 뱅크런이 일고 있다. 공식적인 실업률도 26%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청년실업률은 50%를 넘는다. 취업에 대한 희망이 전무한 상태에서 트로이카와의 마찰과 같은 정세마저 흔들리자 뱅크런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대비 200억 유로(GDP대비 약 12%)가 이미 빠져나갔다. 지난 2012년 남유럽 위기때 보다 더 가파른 속도다. 현재 그리스 은행권의 예금잔고는 10년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렇다면 그리스 사태의 결말은 해피엔딩일까? 아니면 비극적인 결말일까? 다음달 11일 유로그룹 회의가 분수령이다. 이 회의에서 분할금과 ECB의 국채매입프로그램 이익금 지급의 승인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6월말까지 재협상 기한이 남아있다는 관측도 우세해 현재로선 장기화로 이어질 소지가 높다. 물론 지난 2012년과는 다르게 유로존 전역으로의 전이가능성이 낮아 유로존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작지만 오히려 그리스로 하여금 독자노선을 고집하는 유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타협 없이 평행선을 달리며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치킨게임이 벌어질 가능성도 염두할 필요가 있다.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글로벌 경기의 출렁임은 불가피할 것이다. 선진국보다는 대외채무가 많은 신흥국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등의 국가에서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금리가 일시적으로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한가지 다행인 점은 그리스가 디폴트 상태가 되더라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ECB와 중국, 일본등 세계 각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그리스 충격을 상쇄시킬 것이다.

국내 금융시장에도 일시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내에 유입된 외국계 자금 가운데 유럽계 비중이 높아 유럽 자금 유출에 따른 변동성 확대가 우려된다. 하지만 국내 경제는 여타 신흥국에 비해 펀더멘털이 양호하다. 얼마전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우화 '양치기 소년'에서 양치기 소년의 잦은 거짓말에 정말로 늑대가 나타났을 때 마을사람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때만 되면 나타나는 양치기 소년 같은 그렉시트 리스크지만, '금융위기'라는 늑대의 침입에 대비해 향후 일정을 면밀히 확인하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그리스의 항로가 순탄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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