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통 '甲질' 언제 뿌리 뽑힐까
[기자수첩] 유통 '甲질' 언제 뿌리 뽑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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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구변경기자] '갑(甲)질'이라는 말은 더이상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익숙한 단어가 됐다. 불합리한 사회구조의 민낯이 공공연하게 드러났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적 불평등을 안고 사는 '을(乙)'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 2013년 '막말 파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남양유업 사태를 필두로 화장품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 편의점 미니스톱, 대형 유통업체인 홈플러스, 최근에는 미스터피자(MPK그룹), 본죽(본아이에프)에 이르기까지 갑질 논란은 업권을 막론하고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커피전문점, 피자, 햄버거 등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를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직권 조사에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오픈마켓도 예외가 아니다.

이 쯤되니 갑-을 논란은 유통업계의 뿌리깊은 고질병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여론의 지탄이 지속되면서 유통업계가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실제 신세계그룹은 전통시장 스타상품 발굴을 통해 서로 윈윈하는 상생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나섰지만, 며칠 후 이마트 에브리데이(SSM) 4곳 중 2곳에서 신선식품을 팔아 '진정성이 없다'며 되레 역풍을 맞았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9월 전통시장 지원방안의 하나로 서울 중곡제일시장 인근에 위치한 이마트 에브리데이 중곡점에서 채소, 과일, 수산물 등 92개 품목의 신선식품을 철수하기로 했었다.

물론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사례도 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은 지난해 5월 가맹점주가 보유하고 있는 차량에 대한 정비 서비스를 지원하고, 전국 600여 애니카랜드 제휴점을 통해 최대 53%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혜택을 늘렸다. 또 같은 해 11월에는 종합건강검진지원제도를 지원해 가맹점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가맹점주들의 신청이 잇따르는 등 실효성이 높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단순한 계약관계를 넘어 가맹점을 함께 커나가야할 동반자로 여기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이처럼 특정 기업의 노력만으로 불합리한 관행이 개선되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지금도 갑의 횡포와 을의 눈물은 계속되고 있다.  여론 달래기용이 아닌 '진짜 을'을 위한 다양한 상생안이 하루빨리 도출돼 더 이상 갑질 논란이 불거지는 일이 없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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