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의 임금피크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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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국내 은행권의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두고 올해도 갑론을박이 이어질 조짐이다. 은행의 비효율적 임금체계에 대한 논란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직원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평균연봉을 밑도는 상황이 2년 연속 이어지면서 저생산성을 둘러싼 위기의식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당장 9일 상견례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돌입하는 금융권 산별교섭에서도 임금체계에 대한 논의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내년부터 정년이 만 60세로 늘어나면 은행들이 지게 될 부담도 자연히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영향을 끼쳤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조단위의 수익을 내는 은행들이 많은 직원을 보유했다는 것은 오히려 고용 창출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 아닌가"라며 볼멘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직원 규모에 걸맞은 적절한 생산성(1인당 당기순이익)이 구비됐을 때야 어울릴 법한 이야기다. 국내 은행의 생산성이 지난 2011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은행권 인력 구조의 비효율성은 이미 기정사실화 된 부분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연차가 차면 자연히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가 아닌, 성과에 따라 연봉을 받는 '연봉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하지만 금융권 노조의 반발이 워낙 심해 연봉 제도가 바뀌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현재로서는 '임금피크제'를 정착시키는 방안이 거의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일정 기간 동안 고용을 보장해주는 대신 지불할 임금을 낮추는 제도다. 은행원들은 적은 임금이라도 받으면서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고, 은행은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원만히 정착되기까지는 적잖은 잡음이 예상된다. 이미 10년 전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던 은행들도 임금피크제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관리직 업무를 맡아 왔던 직원들이 특기를 살린 업무를 배정받기는 커녕, 허드렛일을 맡는 일이 허다했던 탓이다.

때문에 임금피크제가 오히려 '잉여 인력'만 양산시킨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은행 경영진 입장에서는 임금피크제보다 희망퇴직을 통해 고연봉 인력을 줄이는 것이 좀 더 '경제적인' 선택지로 여겨질 법한 이유다.

최근 일부 은행은 기존의 임금피크제를 보다 효율적인 방향으로 손질하고, 해당 직원들에게 적합한 직무를 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고용 안정과 은행의 경영 효율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에 은행권이 중지를 모아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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