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하락의 늪
성장률 하락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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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다시 하향조정해 3.1% 전망을 내놨다. 상반기 전망치는 지난 1월 발표한 3.0%보다 0.3% 낮은 2.7%에 머물렀고 하반기 전망치 역시 당초 3.7%보다 0.3% 낮춰 3.4%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요인이 지난해 4분기 세수부족에 따른 예산집행 실적 부진과 올 초 지속된 소비 및 수출 부진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부진현상이 하반기에는 어느 정도나 해소될 수 있을까에 대해 아직도 정부나 한국은행은 낙관적 전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세수부족 문제가 당장 해결될 가능성도 별로 보이지 않고 수출 부진현상도 단시일 내에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소비세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인다는 데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1월 중 감소했던 민간 소비가 3월 말 현재 전년 동기대비 5.5%나 늘었다는 결과를 들어 보인다.

단순히 이 통계수치만 놓고 보자면 물가 상승률이 0%대로 낮아져 디플레이션 상태로 빠지는 것이 아닌지 염려하는 상황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민간소비가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 소비 부문이 혹시 미친 듯이 날뛰는 전세가 등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면 다행이겠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느 곳에서 그만한 소비 진작이 이루어졌는지 짐작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봐도 국내에서 이렇다하게 소비가 일어나는 기미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유가 있는 상위계층들의 지출은 주로 해외에서 이루어지고 중산층 이하 계층에서는 소비를 억제하는 경향이 뚜렷해 보인다. 그래서 수많은 자영업자들에게까지 위험이 번져가고 있다.

서민들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당장 한국경제를 견인해 간다는 재벌그룹들의 채용실적이 극히 부진하고 가계부채 문제의 개선효과도 눈에 띄지 않는데다 공무원 연금개혁 논의로 더욱 심화되고 있는 노후불안 심리는 한 푼의 소비조차 망설이고 또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지 않은가.

30대 재벌그룹의 고용이 작년 증가율의 1.3%에 그쳤다고 한다. 정부가 주장하는 경제성장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니 아예 일자리는 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 30대 그룹은 한국경제성장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떠받들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게다가 은퇴 혹은 실직한 가계들은 그나마 봉급생활자들이 누리던 사회보험의 혜택으로부터도 소외되며 2억 미만의 전셋집에 살며 연소득 1천5백만 원에도 못 미치는 데 월 소득의 10% 이상이 건강보험료로 흡수된다. 조기 퇴직자들은 국민보험도 납부해야 하는 데 이런 경험을 하다보면 국가가 서민들의 고혈을 짜내는 것 아닌가 싶은 망상에 시달릴 지경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정부는 공적연금이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주장만 늘어놓아 노후불안을 더 가중시킨다.

졸업 후 취업이 늦어지고 경제적 독립시기는 더 늦어지며 늦게 결혼하고 더 늦게 출산하다보면 자녀가 학업을 마치기도 전에 조기퇴직 당해 소득은 없고 지출 부담만 막중한 처지에 놓이기 십상이다.

그래서 서민들 속에서는 ‘오래 사는 게 복이 아니라 재앙’이라는 말들이 나돈다. 평균수명은 높아져 이런 가계에 노부모 봉양문제까지 겹치기 일쑤다.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는 비명이 터져 나올 상황에 몰리는 것이다.

우수한 정책 담당자들이 왜 이런 난제들에 속 시원한 답을 내놓을 수 없을까. 전세라도 부모 덕 입고 출발한 이들이라면 아무 것도 없이 그야말로 적수공권으로 인생 새 출발을 할 수밖에 없는 대다수 서민들의 벼랑 끝에 선 삶을 이해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해서인가.

실상 정책을 세우는 이들은 본인들이 자각하든 하지 못하든 안정적인 소득과 적잖은 권력의 혜택을 누리고 산다. 그 자리에 있을 때는 실감하지 못하지만 자리에서 내려서보면 보이는 그런 혜택들.

그런 혜택에 둔감해지면 권력형 비리에 연루되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칼날같이 예민해지지 않는 한 권력으로부터 멀고 안정적 소득도 얻을 수 없는 서민들의 절박함을 공유할 역지사지의 지혜는 생기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엘리트의식으로 무장한 고위관료들에 이르면 감정의 공유는 아예 불가능해지는 것이 아닐까.

그들로는 지금의 난국을 풀어갈 길이 보일 리 없다. 아하, 대체 이 난국을 어찌하면 좋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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