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경상수지 적자의 또 다른 의미
<칼럼>경상수지 적자의 또 다른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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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경상수지가 9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IMF 구제금융을 받던 때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는 데 문제는 못 벌어서 적자 난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상품수출로 열심히 벌긴 했지만 해외 여행이다 유학이다 해서 쓴 돈이 더 많다는 얘기다.

일반 가정에서도 아무리 잘 벌어도 식구들이 낭비벽이 심하면 저축은 커녕 빚만 늘어나는 꼴을 보이기 십상이다. 단순화시켜 놓고 보면 국가경제라고 크게 다를 바는 없다. 그런 차원에서 가계와 국가경제를 좀 더 대비시켜 보자.

통상적인 일반 가계는 어림잡아 신혼 초기, 자녀 출산 및 양육기, 자녀 결혼 및 분가기, 은퇴 및 노후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신혼 초기는 부모의 지원이나 결혼 전 준비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하지만 대개는 전세나 월세로 시작해 내 집 마련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는 시기다.

자녀를 출산하고 나면 경쟁적인 교육비 지출로 가계 부담이 가장 커지는 시기다. 자녀들과 더불어 가족간 정을 나눌 최적의 시기도 이 때이면서 동시에 이 무렵부터 노후 준비에도 들어가야 하니 아무리 벌어도 만족하기 어려운 시절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교육비를 줄이거나 문화생활비, 레저비 등을 줄이기만 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그 모든 것이 다 인생의 투자인 셈 아닌가. 문제는 자칫 긴장을 늦추면 투자도 날아가고 빚만 짊어지기 쉽다는 점이다. 그만큼 함정도 자주 마주치는 시기다.

지금 우리 나라는 가계로 치면 이런 지출 팽창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왕성한 호기심으로 해외여행이며 유학에 막대한 지출을 하지만 무턱대고 낭비라고 질타할 수만도 없다.

물론 그 가운데는 ‘남이 장에 가니 거름지게 지고 따라 나선다’는 식의 목표 의식도 희미한 낭비성 유학도 상당히 포함돼 있을 터이다. 과시용 해외 여행도 많을 터이고 하지만 일단 세계를 무대로 살아갈 아이들에게 일찌감치 세계를 체험하게 해주는 게 꼭 부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싶다. 우물안 개구리를 면하겠다고 세계 여행을 떠나는 걸 탓할 일만도 아니다.

다만 해외유학까지 안가고 국내에서 소화되도록 미리 여건을 만들지 못한 점을 반성해볼 필요는 있겠다. 교육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의료, 금융 등 다방면의 서비스 산업이 다 마찬가지일 터이다.

국내 교육산업 붕괴 운운하며 교육시장 개방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미 해외에 나가 돈 뿌릴 대로 뿌리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 교육기관들의 국내 입성을 반대하는 것은 도망치다 머리만 수풀 속에 묻고 안심하는 꿩의 습성이나 다를 바 없다.
 
다른 산업과 달리 교육산업은 2세들의 정체성 문제가 걸린 일이라는 개방 반대 논리들 역시 유학 바람 앞에서 무색할 뿐이다. 우리의 역사 교육도 변변히 못시키고 국내 공교육부터가 국어보다 영어 교육을 우선시하고 있는 마당이니 국내 교육이 지킨다는 그 정체성이 뭔지도 애매하기는 하다.

마찬가지로 의료서비스 분야도 그렇다. 의약분쟁 과정에서 환자들을 내팽개치던 의사들의 오만이 시장 개방이 되고나서도 지속될 수 있을까.

법률서비스 분야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법조인 수가 늘면서 과도기 현상으로 법조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지만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 그들의 설자리라고 남을까.

이제 더 이상 우리사회에 특권적 직종이 자리 잡을 여지는 없애야 한다. 노력한 만큼 더 대접받는 것은 합당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게으른 특권계급만 만들 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그런 특권계급들이 때처럼 사회 구석구석에 끼어있고 우리는 그 때를 닦아내는 중이다. 해외유학이며 해외여행 바람도 그런 과정의 산물일 수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모든 상황 속에는 길이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궁금한 것은 경상수지 적자라는데 환율은 왜 그럴까 하는 점이다.
 
홍승희<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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