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환기업 '개미의 난', 기업 오너를 향한 경종
[기자수첩] 삼환기업 '개미의 난', 기업 오너를 향한 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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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주주총회 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최근 경영진 일가의 퇴출을 야기한 삼환기업 주총을 두고 알맹이 없는 주총잔치에서 유의미한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전히 일부 재벌가 오너들이 부실경영으로 회사를 벼랑 끝에 몰아넣고도 '책임경영'이라는 미명 아래 은근슬쩍 경영에 복귀하거나 '날치기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전액자본잠식에 빠진 삼환기업 주총장에서 최근 소액주주들과 노동조합은 대주주 일가의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고 오너 일가의 등기임원 연임안을 부결시키는 등 '개미들의 반란'에 성공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삼환기업의 사례는 소액주주들의 힘을 보여준 사건이자 회사를 위기에 빠트린 경영진에 책임을 물어야하는 것은 주주로서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과도한 이사직 겸임 △기업가치 훼손 △부실경영 등을 이유로 오너 혹은 대주주 경영진의 사내이사 선임 반대를 권고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30분 만에 주총을 마무리 짓는 '날치기식'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사실 대다수 기업들이 금요일 오전에 주총을 개최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6일부터 일주일 동안 정기 주총을 연 12월 결산법인 총 464개사 가운데 88%에 달하는 409개사가 금요일(20일) 주총을 택했다.

주총을 같은 날 일시에 개최하게 되면 기업 감시는 물론, 소액주주들의 참여도 어려워지게 된다. 반면 대주주들은 큰 잡음없이 주총을 진행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외국의 경우 특정 날짜에 주총이 몰리지 않도록 쿼터제를 운영하는 등 분산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먼 나라 얘기다.

주주들이 기업 감시의 기회를 정당하게 제공받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 삼환기업의 사례는 소액주주들을 등한시하는 경영행태가 초래할 수 있는 극단적 결과를 여실히 보여줬다.

앞으로도 기업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고 쥐락펴락 하려는 오너 중심 기업문화에 경종을 울리는 '제2의 삼환기업 사태'가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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