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의 종말
양적완화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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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전 세계 경제가 죽을 쑤는 상황에서도 씩씩하게 성장 징후를 보이며 3차에 걸쳐 이루어졌던 양적완화로 풀려나갔던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하고 금리인상까지 거론되던 미국경제가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이다. 금리 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도 한동안 조기 인상론이 우세했나 싶었는데 점차 힘이 빠지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빠르면 올 중반, 늦어도 하반기에는 금리인상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이들의 목소리가 차츰 잦아든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 밖에서는 아예 ‘금리인상은 없다’고 장담하는 소리들도 나온다. 오히려 4차 양적완화를 예상하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반전은 양적완화가 종결되고 난 이후 경제상황이 다시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장 올 여름 경제지표가 어떻게 바뀔지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게 연준 관계자들의 생각인 모양이니 어쩌면 미국의 금리인상은 한동안 미뤄질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21세기 들어 경제구조는 더 이상 산업생산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의 틀에서 벗어났다. 금융의 흐름이 세계경제의 향방을 좌지우지하고 있고 그런 금융자본들에 대한 각국 정부의 통제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한국 같은 경우 역시 정부가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금융자본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은 알게 모르게 약화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세계 경제의 틀이 바뀌는 데 그 흐름을 얼마나 정확히 진단하고 그 흐름을 타느냐에 각국의 운명이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물론 금융자본이 세계경제의 흐름을 뒤흔든다 해도 결국 자본주의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산업생산과 소비가 외면당하고 금융자본과 금융자본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면 결국 경제는 거품에 가려져버리고 말 것이고 그 거품은 언젠가는 붕괴될 수밖에 없는 속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한국 경제를 염려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금융에 의존한 경기부양책에 매달림으로써 거품이 너무 커져버리는 현상, 그 결과 거품이 일순간에 꺼져버릴 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침체에 대한 두려운 전망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각국이 경쟁적으로 금리인하를 통한 자국 산업자본의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는 현 상황이 실제로는 산업자본을 금융자본으로 휩쓸려 들어가게 만들어 버리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미 한국에서도 산업자본들이 더 이상의 산업 활동을 위한 투자보다는 금융투자에 더 열을 올리고 있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여전히 금리인하를 통한 자본의 집중화를 지원하면서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위험수준으로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금리 상품으로 대출받아 집을 사라고 부추기고 있다.

금리가 지금처럼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보장만 있다면 다소의 대출을 받아 주택구입하는 문제를 고민해볼 가치가 있다. 전세가격 폭등세가 워낙 위협적이니까.

그렇다면 금리 인하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세계가 앞다퉈 금리를 내리고 있고 그나마 금리인상이 거론되던 미국마저 인상시기를 늦출 기미를 보이고 있으니 한국도 당분간은 그런 흐름을 따라가겠지만 과연 그런 흐름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저축은 사라지고 금융투자만 활발해지는 금융자본 지배시대가 지닌 불안정성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마저 현재의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해 잉여설비투자를 계속 해나가고 있어 금융의 늪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저임금을 무기로 해외 자본의 자국내 투자를 유치하던 중국은 이제 그 저임금 구조로 인해 내수시장이 취약한데 성급하게 임금을 올리기도 어렵다. 그동안 이미 중국의 임금은 빠르게 상승했고 이제 해외 자본을 계속 붙들기에는 임금수준이 임계치에 다다른 데다 세계경제가 무기력한 상황에 빠져 수출도 위축되니 경제수치를 유지하는 방법이 매년 공장을 증설하는 것이라 한다. 그 끝은 어떤 모양일까.

지금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금융자본의 행태를 보고 있자면 예전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곤 하던 도망친 계주들이 떠오른다. 여러 개의 계를 조직해 이리저리 자금을 옮기며 자신이 흥청망청 쓴 돈을 메꾸다가 결국 바닥이 드러나 도망치는 것이다. 과연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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