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두문불출' 장동현 SKT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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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철기자] SK텔레콤이 20일 주주총회를 열고 장동현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로써 장 사장은 지난해 12월 선임된 후 공식적으로 SK텔레콤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하지만 이날 장 사장은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초 SK텔레콤 측에서 장 사장의 불참을 예고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를 기다리던 기자들은 별다른 소득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일부에선 지난해 KT 주주총회에서 선임 의결 직후 자신의 청사진에 대해 연설한 황창규 KT 회장의 행보와 비교하기도 했다.

장 사장이 취임한 지 벌써 3개월 가량이 지났다. 하지만 그는 이달 초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에서 잠깐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것 외에는 아직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같은 '두문불출'의 이유로 장 사장이 업무 및 업계 현황 파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분석들도 있다. 하지만 장 사장은 최근 SK플래닛에 잠시 근무한 것을 제외하면 2000년부터 SK텔레콤의 여러 보직을 두루 역임한 통신 전문가로,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때문에 오히려 그를 둘러싸고 있는 각종 난제가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당장 다음주에는 SK텔레콤 단독 제재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지난 1월 유통망에 과다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지급, 사실상 불법지원금 살포를 유도한 정황으로 영업정지까지 거론되고 있다.

또한 SK텔레콤은 공교롭게도 장 사장 선임 첫날인 이날부터 특별퇴직 신청을 받는다. 지난해보다 퇴직금 규모를 대폭 상향, 기본퇴직금 외 특별퇴직금으로 기본급의 80개월 수준을 적용하고 퇴직 기준도 완화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퇴직자 수가 수백명 규모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 조직 슬림화에 대한 장 사장의 의지가 담겨있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내년엔 퇴직금이 줄어들지 않을까'하는 직원들의 걱정들도 흘러나오고 있다.

아울러 등을 돌린 소비자 민심도 장 사장이 풀어야할 숙제다. 지난달 SK텔레콤은 'T가족포인트'제도를 아무런 대안 없이 폐지하면서 고객들의 원성을 샀다. 이 혜택을 위해 이통사까지 옮긴 고객들은 불과 3개월 만에 혜택을 빼앗긴 셈이다.

SK텔레콤은 '제도를 중단·폐지 및 조정 할 수 있다'는 약관에 따라 법적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한 때 IT 커뮤니티 등에서는 막내인 LG유플러스가 혜택 항목을 변경하면서까지 제도를 유지하는 것과 비교하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해 말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그룹에서 가장 건실한 실적을 올리던 SK텔레콤을 51세의 젊은 CEO가 이끌게 됐다는 사실에 업계는 파격을 넘은 '충격'이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와는 달리 현재 장 사장의 앞에는 정부 제재, 뒤숭숭한 사내 분위기, 뿔난 소비자 민심 등의 문제만이 가득한 상황이다. 그가 이 사안들을 하나하나 어떻게 풀어나갈지 이동통신 업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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