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빛바랜 이주열 총재의 소통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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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고은빛기자] "이주열 총재가 금통위를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지난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깜짝' 인하에 대해 이처럼 평했다. 이같은 평가의 배경은 이주열 총재가 3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아무런 시그널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해온 이 총재도 시그널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현재까지의 흐름대로 성장이나 물가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금리로 대응하겠다는 말을 했다"면서도 "강력한 시그널은 아닐 수 있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이날 깜짝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은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통상적으로 이 총재의 발언에 영향을 받아온 이전과는 다른 흐름이었다.

이미 지난 2월 의사록에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나 경기에 대한 한국은행의 인식이 상세히 나와 있었던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 시장이 정치권의 '입'에 따라 움직여온 탓이다.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두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을 두고 긍정적이라고 평가했고,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도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장 전문가들 대다수는 기준금리 시점을 3월보다는 4월로 예상했다.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조정한 후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또 3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가늠될 수 있는 만큼 한은이 무리하게 금리를 조정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한은이 시장과의 소통보다 정부와의 소통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총재는 지난해 취임 당시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처럼 '선제적 안내'를 강조했다.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성도 지켜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번 3월 금통위 때 이주열 총재의 모습은 자신감 넘치고 단호했던 이전 금통위와는 사뭇 달랐다. 앞으로 이 총재가 시장을 향해 제대로 된 시그널을 주더라도 이를 의심부터 하게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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