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기차 엑스포, 역내 잔치로 끝나지 않으려면
[기자수첩] 전기차 엑스포, 역내 잔치로 끝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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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 2회째를 맞는 국제 전기차 엑스포가 지난 6일 제주도에서 막을 올렸다. 지난해 참여했던 기아차, 르노삼성, BMW, 한국닛산을 포함해 올해는 현대차 뿐 아니라 BYD, 디트로이트 일렉트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해외 전기차 업체들이 함께했다.

지난해 예산 부족에 시달리던 엑스포 조직위원회는 전년보다 예산을 2배로 늘려 행사 규모와 전시 기간을 대폭 늘렸다. 방문자 수 역시 지난해 4만7000여명에서 크게 늘어난 8만명이 될 것으로 조직위 측은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지난해보다 열기가 덜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당초 기대를 모았던 미국 1위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참가하지 않았고, 전기차 중에서 양산형태로 판매되는 차량은 작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엑스포에서는 BMW i3와 닛산 리프가 국내 공식 출시 전 일반인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자리로 주목을 받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취재 기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레스 세션은 올해 르노삼성과 한국닛산, 위나동방코리아 3개 업체만 진행했고, BYD 부스에는 한국인 담당자가 아예 없어 의사소통에 다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정부 부처와 완성차업체 관계자들이 열 띈 토론을 벌였던 컨퍼런스 세션도 올해는 어쩐지 시들하다. 새롭고 흥미 있는 '꺼리'를 찾는 기자 입장에서는 김이 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전기차 시장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볼거리 없는 전기차 엑스포는 제주도민의 전기차 민간 공모를 위한 ‘우리들만의 잔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자격 조건을 완화하는 등 참가 업체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김대환 전기차엑스포 조직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기차엑스포는 별도의 내연 기관의 도움 없이 오로지 전기로 주행하는 순수 전기차만 대상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글로벌 업체들은 이미 해외 모터쇼를 통해 전기모터와 배터리 기술을 활용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친환경차량을 선보이고 있다. '국제 엑스포'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기차 시장 성장을 주도하려면 보다 큰 틀에서의 접근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제 조직위는 내년 엑스포에서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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