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금융의 충분조건
선진금융의 충분조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가 선진 금융 시대를 맞기에는 아직도 먼 듯한 느낌을 요즘 들어 지울 수 없다.

은행장까지 지냈다던 사람들이 각종 비리 사건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밥 먹듯이 받고 있는데다, 부도 위험 업체에 대한 충분한 감사 없이 대출을 해줬다가 손해를 감수해야 할 은행들도 있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전자상거래 거래 대금 횡령, 카드 번호 해킹으로 거액의 돈을 빼돌린 사건들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내 금융상태는 과연 안전할까 하는 의문마저 들게 한다. 특히 자나 깨나 철통같은 ‘보안’ 시스템을 갖췄다는 금융기관이 관련된 사건들이라 더욱 이해할 수 없다.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는 은행장 출신들은 분명 현직에 종사했을 때 ‘투명 경영’ ‘원칙 경영’의 기본 정신을 외치며 은행 경영에 앞장섰을 테고, 보안 사고가 일어난 금융기관들도 분명 평소 안전에 대해서는 업계 1위라고 자신했을 터인데, 이런 사고를 접하다 보면 대체 금융기관들의 속내는 어떠한 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 같은 행태를 보자 하니 은행뿐만 아니라 전 업계가 선진금융을 받아들일 기본적인 바탕이 약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얼마 전에 한 은행의 사보를 제작하는 업체에서 설문 요청이 들어왔던 적이 있다. 선진 은행의 조건을 묻는 조사였다. 선진은행의 조건... 너무도 당연한 답들이 술술 나올 것이다.
적정한 자기자본비율과 부채비율, 철저한 리스크 관리, 고객 서비스의 수준 등 그 기준을 제시하라 하면 끝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 지침이나 해외 선진 금융기관 기준에 발맞추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신뢰 쌓기’가 아닌가 싶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신뢰’에 얼마나 바탕을 두고 있느냐에 그 관계의 지속성이 좌우된다. 하물며 수많은 고객을 상대하는 금융기관이 자사의 신뢰를 잃어버린다면 이는 전쟁터에 칼과 총을 두고 나가는 것과 같은 꼴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신뢰 쌓기는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몇 날 며칠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할 거리도 아니다. 바로 ‘마인드’다.
모든 금융기관의 ‘장’이라 하는 사람들이 나름의 경영마인드를 중시한다지만, 실제 초심의 그 마인드가 얼마만큼 지켜가고 있는지 반성해야 하며, 금융기관 조직원이라면 자사의 이미지와 신뢰를 위해 어느 정도의 서비스 마인드를 지니고 있는지 되새겨 봐야 한다.

거듭 얘기하지만, 선진 금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고객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려는 업계의 마인드가 선진 금융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일 것이다.

남지연 기자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