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3년내 자기자본 10조원까지 확충"
[전문]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3년내 자기자본 10조원까지 확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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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사진=미래에셋생명)

[서울파이낸스 고은빛기자]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지난 4일 호주에서 미국으로 해외출장 중 계열사 전임직원을 대상으로 편지를 보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의 장기 포지셔닝과 관련해 전략적인 부분에서 올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며 "실질 자기자본도 계열사 상장 등을 통해 3년 안에 10조원까지 대폭 확충해 볼 생각이고 2016년 아큐시네트도 상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편지 전문이다.

사랑하는 미래에셋 가족여러분

저는 지금 작년 12월부터 시작된 긴 출장길에 있습니다. 가끔씩, 때로는 자주, 메일이나 문자를 주고받고 통화도 하지만 그리운 얼굴들 보고 싶은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최근 3개월여 동안 약 5천 페이지 정도 읽고, 많이 들었습니다. 항상 저의 부족함에 갈증을 느낍니다.

매년 계속하던 일정이지만 유난히도 이번 출장길은 세계 곳곳의 크고 작은 사고들로 조금은 긴장이 됩니다. 그보다도 2014년 1200억달러에 육박하는 중국의 해외투자 규모를 보면서 'Era of Chinese Capital'이 이미 투자 쪽에서도 시작됐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중국인들 스스로에 의해 대부분의 투자 의사결정이 진행되는, 그들의 경쟁과 협력을 보면서 실로 아쉬운 마음이 저를 둘러쌉니다. 우리가 여기저기서 중국인 관광객과 마주치듯이 어디를 가나 중국인 투자자입니다. 이제 이들은 축적된 자본으로 세계자산을 쇼핑하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 각국은 2차 대전 이후 경제를 이끌었던 베이비부머 시대가 끝나고, 인류의 수명연장과 저출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증가가 당면 과제가 되었습니다. 경제 주체들이 당연하게 여겼던 Super Debt Cycle은 끝나고 우리세대는 이미 엄청난 Debt Trap에 빠져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들이 있겠지만 부채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위기를 가져올 것이 자명한 사실입니다.

이것은 ‘오직 Innovation을 통한 생산성과 경쟁력의 증대’ 없이는 어느 국가나 기업도, 개인조차도 사실상 탈출구가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장기적인 전략과 지혜를 갖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가치시스템을 갖춘 집단과, 목표와 관념만 갖고 실행할 체계와 열정이 없는 집단과는 단순한 차이를 넘어 극명하게 생사를 가르는 문제가 될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저금리는 경제 사회적으로 큰 위험이 내재되어 있음을 말해주고 있고 우리 모두의 미래설계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부채문제는 소득 증가를 통해서도 풀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경제 성장뿐 아니라 자산소득 제고도 필요합니다. 우리사회가 부채축소와 동시에 글로벌 자산운용을 통한 자산의 수익률 증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혁신적인 사고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를 믿고 의지하는 고객님들께 ‘이 상황에서 무엇을 말씀 드려야 하나!’라는 대목에서는… "미래에셋을 믿고 글로벌 자산배분 하십시오" 라고 몇 번이라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순간은 실로 엄숙해 집니다. 미래에셋이 충분히 Quality있는 집단, 오직 한길만 가는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투자전문가로서 기여할 수 있는가 엄중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때나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에게는 항상 배려와 무거운 마음으로 진솔해야 합니다. 미래에셋의 고객동맹은 탁월한 자산관리 능력이 없이는 공염불에 불과합니다. 자산배분 능력과 서비스 Quality를 혁명적으로 제고해야 합니다.

저는 지난 수 년 동안 가능한 외부활동과 노출을 자제하고 그룹의 전략과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에 주력했습니다. 돌아보면 미래에셋이 뮤추얼펀드를 시작하면서 펼치고자 했던 그 꿈-글로벌 자산운용을 통한 고객과 국가의 부의 증진-은 어쩌면 당시의 미래에셋으로서는 너무 황망한, 불가능해 보였던 전략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창업 당시 전광판을 없애고 자산관리와 퇴직·개인연금을 핵심역량으로 채택한 증권회사의 전략은 신생사로서는 무모하게 보였을 것입니다. 보험회사의 장기자산운용을 통해 아시아의 Berkshire Hathaway가 되고자 하는 미래에셋의 도전은 상당부분 진화해 왔지만 아직은 진행 과정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규제로 인해 금융산업 역동성이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특히 장기AI 투자에 관한 보험업 규제가 과다한 실정입니다. 보험회사의 자산운용 규정만 조금 완화된다면 저의 모든 역량을 다 해 또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가족여러분!
13년 넘는 시간동안 미래에셋의 글로벌 시장 개척을 주도하면서 때로는 그 높고 큰 벽을 실감하지 않았겠습니까? 저 역시 실패에 대한 두려움, 개인적으로는 외로움을 어찌 안 느낄 수 있었겠습니까? 많은 상념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갑니다.

지금 주식과 채권 펀드 그리고 AI 등 많은 미래에셋 글로벌 상품이 국내기관과 전국의 채널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저금리시대에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과 글로벌 자산배분은 고객의 미래설계에 기여할 것 입니다.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국내 아파트에 몰려있다 실패한 사례를 보면 소명감을 갖고 말씀 드려야 합니다.

지금 미래에셋 펀드는 아시아 섹터 리더와 아시아 컨슈머펀드 성과에 힘입어, 그리고 캐나다와 호주ETF 성과에 힘입어 올해 1분기에만 1조 원 이상을 유럽 미국 등 20여 개 국가에서 펀딩 할 것 같습니다. 이는 미래에셋이 아시아 최초로 리테일을 통해서 펀딩이 가능한 회사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많은 글로벌 플레이어들과의 관계 역시 발전되어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미래에셋 아시아 펀드 3년 성과가 글로벌 TOP수준이 될 거라고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우리가 서구 사람들에게 미래에셋 상품을 펀드레이징 할 수 있는 상황, 모두가 감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불가능할거라던 생각, 당연했던 염려들을 불식시키고 우리의 경쟁력으로 Globalization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먼 길을 돌아 왔지만 갈 길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많이 남아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족여러분!
미래에셋의 장기 포지셔닝과 관련하여 전략적인 부문에서 올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룹의 실질 자기자본도 계열사의 상장 등을 통해 3년 안에 10조 원까지 대폭 확충해 볼 생각입니다. 2016년 아큐시네트도 상장할 예정입니다.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알고, 우리의 강점과 약점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명료한 눈을 갖고, 정확하게 전략적으로 포지셔닝 해야겠습니다.

미래에셋은 그동안 장기성장을 위해 단기이익을 포기하면서 아시아 회사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었습니다. 혁신은 관계당국이 해 주는 게 아니고 우리 스스로가 자기 부정을 하면서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것 입니다. 문제점을 당국이나 사회에 돌리기 전에 스스로 고민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무리하지 않고 당당하게 최선을 다하고도 부족한 부분은 다음 세대의 몫입니다.

신은 우리에게 두 개의 눈을 선물했다 합니다. 하나는 현재를 보는 눈이고 하나는 미래를 통찰력을 갖고 보라는 눈이라 합니다. 우리 모두 두 개의 눈을 갖기를 바랍니다.

비행기는 시드니에서 LA로 가는 14시간의 여정 중에 이제 하와이 상공을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LA와 실리콘밸리에 중요한 딜이 있고 올해 펀드판매를 위해 미국 서부를 포함해서 대도시에 마케팅 인력을 배치할 생각입니다. 이번 주 미국에서의 결과가 좋게 나오기를 고대하면서 잠을 청하려 합니다. 노팅힐 OST 'SHE'를 들으면서…모두 건강하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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