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경계해야 할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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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은행부문 1위, 금융위원회 혁신성 평가 1위, 금융지주회사 유일 순익 2조 클럽 달성 등.

신한은행에 대한 이같은 안팎의 평가는 이 은행이 명실상부 국내 '리딩뱅크'임을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런 신한은행이 다음달이면 조용병 신한BNP파리바 자산운용 사장을 새 행장으로 맞는다. 조 내정자는 은행장의 필수 요건인 '영업력'은 물론 뉴욕지점장 시절 당시의 국제적 감각도 인정받아 해외진출에서 기대이상의 역량을 보여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은행장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일부 잡음은 조 내정자가 풀어야할 쉽지않은 숙제로 보인다. 이번 인선 과정에서는 이른바 '신한사태' 관련자들이 물망에 오르면서 누가 핵심 권력을 가질지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기도 했다. 암암리에 진행돼온 핵심 후보군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조 내정자의 취임 이후 최우선 과제가 '조직 안정'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가 반영됐다. 물론 어떠한 조직이든 수장이 바뀌는 과정에서의 조직혼란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특히 '신한사태'의 전력이 있는 신한은행으로서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또다른 갈등을 내재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여타 인물들과 달리 자의든 타의든 '중도' 노선을 지켜온 조 내정자로서는 앞으로 2년 임기동안 조직논리의 유혹에서 자유롭기 힘들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과 전임 서진원 행장이 지난 4년간 '신한사태'의 꼬리표를 떼기위해 부단한 노력과 인내를 해왔다는 점이다. 국내 금융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시적인 실적과 성과도 이뤘다.

하지만 '한동우-서진원 체제' 특유의 보수적 경영이 신한은행의 성공적 미래까지 담보해줄 수는 없다. 이미 저성장이 고착화된 국내 은행업에서 안정 지향형 경영은 더이상 무기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서진원 행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해 성과를 치하할 때 한동우 회장은 "1등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외부의 평가는 더욱 냉정하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은행들의 안정 추구 경향이 너무 강해 당국이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은행들이 따라가는 방식이라도 써서 혁신을 유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은행 내부에서조차 "말로는 변화와 혁신을 외치나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뿐 실제로 변하는 건 별로 없다"는 볼멘 소리까지 나온다.

올들어 시중은행간 경쟁이 '영업전쟁'이라고 불리울 만큼 치열해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간 부진했던 경쟁은행들도 전열을 가다듬고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조 내정자도 핵심 경영과제로 '수익력 유지'를 가장 먼저 꼽았다. 이제는 경쟁은행의 부진에 따른 반사효과가 아닌 국내 금융권을 이끄는 진정한 리딩뱅크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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