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심화…서울 전세가율 90% 초과 단지 속출
전세난 심화…서울 전세가율 90% 초과 단지 속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전문가들 "깡통전세 주의" 한 목소리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최근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수도권은 물론, 서울에서도 실계약 기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90%를 넘어 100%에 육박하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전세 주택이 '귀하신 몸'이 되면서 전셋값과 매매가의 차이가 불과 900만~1000만원에 그친 단지도 나타나고 있다.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전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종암동 '종암SK' 전용 59㎡의 경우 전셋값이 지난달 6일 최고 2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전셋값이 작년 말까지 2억원 안팎이었으나 4000만원 높은 값에 계약된 것이다.

이에 비해 지난달 이 아파트의 매매 실거래가는 2억4900만원으로, 전셋값과 매매가의 차이가 900만원에 불과했다. 전셋값에다 900만원만 더 보태면(취득세·등기비 등 제외) 해당 아파트를 아예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전세가율도 96.4%로 지난달 성북구의 평균 전세가율(73.4%)을 크게 웃돌았다.

인근 J공인 대표는 "전세는 주택형별로 하나 구하기도 어려워 대기수요가 줄을 섰다"며 "수요는 많은데 물건이 없다보니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고, 이로 인해 매매가에 육박하는 고가 전세 계약이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재건축 이주 등으로 전셋값이 치솟고 있는 강동구의 경우 암사동 '선사현대' 전용 59㎡ 전세가 지난달 초 최고 3억3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이는 지난달 매매 물건이 3억40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해 1000만원 싼 것이다. 해당 주택의 전세가율은 97%로, 강동구 평균 전세가율(62.3%)과 34%p 이상 차이가 벌어진다.

인근 A공인 사장은 "전세가 품귀현상을 빚다보니 가격이 저렴하게 나온 매매 물건의 경우 전셋값에 1000만~2000만원만 더 주면 집을 살 수 있을 정도가 됐다"며 "세입자 중 일부는 (전세난을) 견디다 못해 모자라는 금액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경기 지역에서는 아예 전셋값이 매매가를 웃도는 경우도 있다. 화성시 병점동 한신아파트 전용 60㎡는 지난달 거래된 전셋값이 최고 1억7000만원으로, 같은 달 거래된 매매가(1억6900만원)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전셋값이 매매가와 맞먹을 정도로 치솟은 것은 전세물건이 씨가 말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건 자체가 없다보니 월세 시세와 별개로 전셋값만 천정부지로 뛰는 것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전셋값이 매매가의 70%에 육박하면 그 다음부터는 매매가가 올랐으나, 월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며 "연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70% 선에 다다를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 조사 결과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70.2%로 1998년 이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평균 전세가율은 서울이 66.1%, 경기는 69.5%로 아직 70%를 하회했지만, 실제 개별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80%를 넘어선 곳이 부지기수다.

경기 고양시 화정동 '옥빛주공 15단지' 전용 59㎡는 지난달 신고된 전셋값이 1억7500만원으로, 같은 달 거래된 매매가(1억9900만원)의 88%에 달했고, 수원시 권선동 '대원신동아' 60㎡도 지난달 신고된 전셋값(1억7500만원)이 매매가(2억원)의 87.5% 선이다.

이처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아예 집을 사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동아에코빌'의 경우 지난 1월에 신고된 매매 건수가 10건인데 반해 순수 전세 계약건은 단 3건에 그쳤다. 강동구 암사동 '선사현대'도 전 주택형을 통틀어 지난달 전세계약 건수는 9건인 반면 매매건수는 10건으로 더 많았다.

문제는 이처럼 전셋값이 매매가에 육박하면서 일명 '깡통 전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깡통 전세'의 경우 전셋값이 매매가에 육박하거나 더 높아 나중에 집이 경매 등에 넘어갈 경우 전세금을 되돌려 받기 어려운 경우를 일컫는다. 게다가 집값이 조금만 하락해도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비싼 '역전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셋값이 심각한 버블에 봉착해 있는데, 시세는 늘 변하기 때문에 비슷한 주택의 경매 낙찰가율을 기준 삼아 전세금을 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시세대로 전세금을 올려주는 행위는 아파트의 실제 담보가치를 넘겨 집주인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행위와 같다"라고 우려했다.

김은선 부동산114 과장은 "최근 전세난이 서울에 이어 수도권으로 확산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한동안 외면 받던 보증부 월세(반전세)까지 물건이 달릴 정도"라며 "매매가에 육박하는 고가 전세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집값이 하락할 경우 전세금을 날릴 수도 있으므로 계약에 유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고가 전세를 계약할 때는 반드시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집 주인의 권리관계가 복잡하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며 "비용이 들더라도 전세권 등기를 해두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