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덕담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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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올린 새해맞이 메시지에도 비판적 댓글들이 줄줄이 붙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내용을 보자면 그저 일반적인 덕담일 뿐인데도 그걸 맘 편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이겠다. 참 불행한 세태의 반영이어서 그저 씁쓸할 뿐이다.

물론 정치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불만 가득한 이들이 있을 법하지만 무언가 우리 사회 내부에는 단순히 받아들여야 할 메시지조차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울화가 넘치는 사회가 아닌가 싶다.

화가 들끓는 사회는 어느 모로 보나 불행한 사회다. 말썽 많았던 땅콩회항 사건만 해도 재판기록을 보자면 힘을 가진 한 사람이 ‘화’를 참지 못하면서 일을 엄청나게 키워버린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힘이 없는 이들은 아예 지쳐서 화를 낼 엄두조차 나지 않는 듯싶지만 소위 묻지마 범죄가 종종 발생하는 걸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성싶다.

이리저리 치이는 힘없는 자들의 억제할 수 없는 화풀이는 차라리 이해할 여지나 있지만 힘이 있는 자들마저 화를 참지 못하는 사회는 그저 암담할 뿐이다. 그건 오로지 떠받들어지는 데만 익숙한 사회 지도층들의 일방적 폭력으로 나타나 사회 전체에 암울한 분위기를 확대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힘없는 자들의 화풀이도 결국은 자신보다 더 약한 자들을 향할 수밖에 없는 속성을 갖고 있어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힘을 가진 자들의 횡포와 결국은 동일한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니까.

이런 현상이 현재의 세대에만 국한된 것이라면 차라리 희망을 품어볼 만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런 사회적 현상은 어린 세대에게 고스란히 학습되면서 왕따와 집단 폭력으로 학생시절부터 불행이 확대 재생산된다는 점에서 암울한 미래를 내다보게 만든다. 갈수록 폭력적인 사회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사회적 도덕성을 상실한 사회가 해법을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약한 자들의 울분은 사회적 불평등이 해소되어가면서 삭아들 여지를 갖지만 사회적 강자들마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화를 참지 않는다면 그 문제를 풀 방법을 찾기는 참으로 지난하다. 물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해 나가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힘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 행사하려 드는 데는 막을 대안을 제도적으로 찾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이다.

우리 사회가 화를 참지 못하는 격앙된 사회가 되어가는 데에는 여유를 잃어버린 우리 삶의 양식이 큰 몫을 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 한 공중파 방송이 어느 외국 언론인의 말을 빌어 우리 사회를 ‘시간 빈곤’국가라고 표현했지만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고 구하려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봐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아이들마저 잠잘 시간을 아껴가며 학원으로 내돌려지고 어른들은 불안한 일자리를 붙들고 매달리느라 인간다운 삶의 대부분을 포기하고 일의 노예가 되어 살아간다. 정부는 이미 저성장 시대로 들어선 한국경제를 다시 고성장 국가로 되돌리고 싶어 애쓰고 기업은 갑의 위치에서 노동자들에게 노예적 노동을 강요하지만 법은 늘 기업 입장을 우선한다.

노동자들의 투쟁에 상위노조가 개입하면 3자 개입으로 탄압을 받지만 기업이 경제인총연합회 같은 조직을 대리인으로 내세우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이니 그것만으로도 법이 누구 편에 서있는지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 중산층 부모들은 자식들의 출발점을 한 발이라도 앞선 자리에 마련해주고자 안간힘을 쓰게 되고 그 결과, 아이들은 학원 뺑뺑이에 내몰린다. 그게 얼마나 학습효과를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 고민 따위를 할 겨를도 없이 그저 불안한 마음에 아이들을 내돌리고 부모들은 또 그런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정신없이 내몰린다.

그러느라 부모도, 아이들도 모두 시간이 부족하다. 직장은 직장대로, 가정을 또 가정대로 비효율적인 시간부족사태를 겪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당연히 저마다 신경은 날카로울 대로 날카로워져서 순간적인 화를 참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방법에 대해 우리 사회는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할 단계에 이르렀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치`사회적인 고민과 더불어 국민 개개인들도 저마다 긴 한숨 돌리며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만 한다. 행복하지 못한 부자가 되지 않을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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