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CJ와 위기대처 능력
<칼럼>CJ와 위기대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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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파문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중에서는 CJ의 위기대처 능력이 얘깃거리가 되는 모양이다. 故이병철 회장으로부터 기업을 물려받은 자손들 가운데서도 특히 사업적 뿌리가 깊은 기업을 물려받은 CJ가 한 때는 같은 계열이었던 삼성전자와는 위기대처 능력에서 현저히 대비된다는 평판을 듣고 있다 해서도 화제라고 한다.
삼성전자와 CJ의 이번 사건은 우선 사건의 성질이 다르다는 점에서 비교하기 적합치 않다며 같은 업종의 풀무원과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나 풀무원의 경우 모두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오히려 신뢰도를 높이고 기업이 대폭 성장하는 결과를 얻었다.
이에 비해 CJ의 경우는 이번 사건이 난 후에도 미적미적 사태 추이만 지켜보며 진실을 은폐하려고만 하다가 일을 키웠다는 시중의 평가를 듣고 있다. 자칫 시장 기반 붕괴를 부를 수도 있는 큰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회사 주인을 자처하는 경영자는 미국에서 즉시 귀국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 역시 구설수에 올랐다.
그리고는 평소 돈 안 되던 학교 급식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그래도 돈 되는 단체급식 사업은 계속하겠다고 밝혀 철면피한 기업의 인상을 심어주고 말았다. 그 다음에는 천하에 없는 방책으로 대처를 해도 이미 늦은 단계다.
만두파동이 났을 때는 그저 언론 보도되는 명단에서 회사 이름을 빼기에만 급급하다 오히려 신뢰도를 추락시켰던 사건도 다시 끄집어내 비교하고 있다고도 한다. 그만큼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지게 됐다. 이제 그 떨어진 신뢰도는 다른 제품에까지 번져갈 거라고들 지적한다.
위기를 겪으며 성장하는 기업과 치명적 타격을 받고 고전하는 기업의 차이는 무엇일까.
광고 홍보업 종사자들은 그 핵심을 ‘메시지’에서 찾는다. 기업이 사회를 향해 어떤 마인드로 경영하고 있는지를 설득력있게 보여주느냐 마느냐에 따라 대중들이 더 큰 신뢰를 보낼 수도 있고 불신감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핵심은 기업의 철학이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당당하다면 잘못을 그 즉시 솔직히 시인하고 통렬히 반성하는 태도로 향후 투명하고 진정성있는 기업경영을 해나가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스스로 떳떳치 못하다보니 잘못을 감추려 들고 그러다보면 애초 사소한 실수였을 뿐이라 해도 결국은 불신을 키우게 된다.
끝까지 감춰질 수 있다면 일단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실상 부질없는 기대일 뿐이다. 우선 끝까지 감추기도 어렵고 뒤늦게라도 들통나면 신뢰도는 회복하기 힘든 치명상을 입는다.
그러나 그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통상 개인에게 있어서도 거짓말은 또다른 거짓말을 부르게 되는 사례를 적잖이 보게 된다. 한번의 거짓말로 스스로를 둘러싼 여러 질서들이 뒤틀리게 되어 자꾸 거짓말을 보태가게 되는 것이다.
거짓말은 진실을 감추기 위해 하는 것이고 그만큼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에게도 당당할 수 없다. 그리고 이왕 한번 했으니 그 다음에 또 하는 것에 대한 께름직함이 줄어들며 일종의 양심적 마비가 온다. 그래서 잘못도 반복된다.
기업의 과실 역시 마찬가지다. 한번 진실을 은폐시키고 나면 그 은폐에 동참한 조직원들 사이에 그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데 따른 죄의식도 줄어든다. 그래서 더 자주 같은 잘못이 반복된다.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은 신뢰도에서만 입게 되는 게 아닌 것이다.
그러나 잘못을, 실수를 솔직히 시인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당당해야 하고 또 스스로를 객관화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솔직한 인정이야말로 성숙함의 표시다. 청소년들의 운동경기에서 한번의 위기를 맞으면 경기 전체가 흔들리는 것도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능력의 부족, 경험의 부족 등에서 오는 현상이다.
경험이 풍부한 경영자 혹은 자기 철학이 분명한 경영자라면 그런 성숙함을 보일 터이나 세상 험한 꼴 모른 채 마키아벨리적 가치만 머릿속에 채우며 큰 2세, 3세들에게는 그런 현명함을 기대하는 것이 애당초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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