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당국의 규제와 독려는 한 끗 차이
[기자수첩] 당국의 규제와 독려는 한 끗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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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각종 정책결정과 관련해 뒷말이 무성하다. 유난히도 사건사고가 많았던 2014년을 마무리한 뒤끝이어서일까. 당국의 잇딴 드라이브에 의구심과 피로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업계의 볼멘소리가 가장 큰 부분은 최근 발표된 '은행 혁신성 평가' 결과다. 보수적인 금융관행을 개선하고 은행들이 혁신에 적극적일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는 취지였지만, 평가 결과가 고스란히 외부에 노출되는 만큼 이른바 '줄세우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또한 정부 특유의 '무차별적 성과주의'의 단면일 뿐이라는 다소 강한 어조의 비판도 심심찮다.

물론 평가 취지를 감안하면 금융위로서는 이같은 비난이 억울할 법하다. 일단 평가 기준을 살펴보면 기술금융, 보수적 금융관행 개선, 사회적 책임 등 금융권 전반에서 공감을 얻을만한 항목이라는 점에서 큰 설득력을 얻는다. 이번 평가에서 하위권을 차지한 은행들도 큰틀에서는 정부가 강조하는 부분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자율적 경영권을 갖고 있는 은행들의 경영 향방에 정부가 제동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마다 여신 포트폴리오가 다른 상황에서, 정부의 기준에 맞춰 성과를 내라는 데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부의 기준에 맞춰 눈에 보이는 성과에 매진하다가 정작 중요한 은행의 경영 방향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금융위는 혁신 수준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 놓기 위해서는 다소 가혹해보이더라도 다른 은행들과의 비교평가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은행권의 불편한 기색에 대해 "금융의 보수성을 변화시키려면 (비판을) 감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융정책당국 입장으로서는 일견 수긍이 가는 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같은 모습이 그간 당국이 추진해 온 '금융규제 완화'와는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모습인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감독관행을 개선해 과도한 제재를 줄이겠다는 발표도 다름 아닌 금융위에서 직접 나온 내용이다.

사실 민간 금융사 입장에서 금융당국의 '독려'는 우회적 압박이자 '날 없는 규제'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무성한 뒷말에 벼리던 칼날을 멈춰서도 안되지만, 때로는 소란을 되짚어보는 일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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