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사회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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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나빠지고 실업자가 늘어나면 덩달아 사기사건도 기승을 부린다. 그 가운데서도 요즘처럼 투자할 곳을 못 찾는 돈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는데 구멍이 다 막히면 특히 대형 사기사건들이 터지며 사회에 큰 충격을 던지곤 한다.
그래서 요즘 돈 있는 동네의 분위기는 상당히 불온하다. 실상은 지난 몇 년간 내내 그랬다.
그런 점에서 집권 여당이 들으면 심기 불편할 얘기이겠으나 적어도 그런 사기사건 예방 차원에서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다행이라고 봐야 할 듯도 싶다. 역설적일 수 있지만 머잖아 정권이 바뀔 거라는 기대감이 뭉칫돈들로 하여금 때를 기다리며 엎드려 있게 만드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기에 그렇다는 얘기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 단속에 열을 올리는 것은 원칙적으로 옳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해야 할 당위는 충분하다.
사회정의적 측면 말고 순전히 경제적 관점에서만 봐도 그렇다. 금융버블이 무서운 것은 이미 일본의 지난 10년 경험으로 똑똑히 봤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비생산적 투자로 쏠리는 자금들을 어떻게든 생산적 투자 쪽으로 돌려야 한다. 또 내수 진작을 위해서도 적정한 수준에서의 소득 분배는 필요하다. 그것 없이 생산 동력이 시들어 가는 것을 막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음이 이번 선거 결과 드러난 셈이 됐다. 정치적으로는 옳으냐 그르냐는 기준이 따로 없다. 대중이 이해하고 수용하느냐 여부가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이 주인으로서 선택하는 것을 그르다고 말하는 민주주의는 없을 터이니까.
작설하고 사기사건은 지금도 금융권 언저리에서 유사 금융업의 탈을 쓰고 잠복기를 지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IMF 이후 졸라맨 허리띠를 여전히 풀지 못하는 이들이 아직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 유혹에 흔들리기 너무 쉬운 심리상태에 놓여있다.
흔하고 흔한 기획부동산 사기사건도 따지고 보면 금융과 엮여 진행되는 위험한 투자마당이다. 장외주식에도 요즘은 ㅇㅇ 컨설팅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기획투자 바람이 만만찮은 모양이다. 예로부터 ‘남모르는 정보’를 앞세운 주식시장 흔들기 사례는 흔했으나 이즈음 그 정보들이 특히 ‘기획투자’라는 형태로 부동산시장과 장외시장에서 맹활약을 한다는 소문이다.
큰 뭉치돈들이야 정권이 바뀌길 기다리든 또는 스스로 큰손이 돼서 시장을 뒤흔들든 스스로를 중심에 세우고 상황을 요리해 나갈 터이지만 그렇지 못한 소액 투자자들은 그 소액을 굴려 생활비라도 벌어야 하니 사기꾼들의 먹잇감이 되기에 안성맞춤인 것이다.
소액 자산운용으로 생계를 꾸려야 할 실직자나 은퇴자들에게는 낮을대로 낮아진 예금 금리는 물론 현재의 대다수 금융상품들이 제공하는 수익율도 늘 배고품을 느끼게 할 터이다. 그러니 소위 ‘정보’라는 것을 그럴싸하게 흘리며 더 높은 수익의 기대감을 갖게 하면 솔깃해서 끌려들어가기 십상이다.
요즘은 특히 유명 연예인들의 투자 소문을 흘리며 소액 자금들을 끌어모으는 장외주식에 덩달아 사기꾼들도 끼어드는 모양이다. 그러다보니 열에 아홉은 사기꾼이라는 속설도 생기지만 늘 사기 당하는 사람들은 나만은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다 당한다는 점에서 그 10%의 안전도가 오히려 미끼 역할을 하는 꼴이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금융이 적절한 투자상품을 개발하지 못함으로써 그런 함정으로 끌려드는 이들을 방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신업무 활성화의 명목으로 적극 가담자 역할도 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요즘 금감원이 담보대출 억제를 주문했다고 해서 관치금융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그리 보기 좋은 모양만은 아니지 싶다. 물론 담보대출도 나름이긴 하지만 부동산 투기시장으로 끌려다니는 금융의 모습은 아무래도 바람직해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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