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려' 빠진 나눔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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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추운 겨울, 봉사의 계절을 맞아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소외 이웃을 향한 온정의 손길이 닿는다. 생계비와 생필품, 주택 수리, 문화생활, 장학금, 재능 나눔, 음식 등 지원 분야도 다양하다.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액 비중은 매년 순이익의 4%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은행권만해도 한해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천억원에 이르는 사회공헌비를 지출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기준 전체 순이익의 15%에 해당한다.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기업들은 사회공헌 행보를 대외적으로 알림으로써 사회 일부에 자리잡고 있는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고 대고객 친밀도를 높일 수 있다.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들의 경우 의도치 않은 비교 효과로 공헌 활동 범위나 금액을 확대해나가는 긍정적 현상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때문에 기업의 사회공헌자료를 받아보는 대다수의 언론들도 해당 내용을 적극적으로 기사화한다. 그러나 연말 연시 쏟아지는 많은 자료들 중 일부는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얼마 전 A 은행은 어린이들을 초청해 선물과 즐거운 추억을 전달했다는 자료를 냈다. 보내온 여러 사진을 살펴보는데 세련된 건물, 멀끔한 어른들 사이에 어색하게 선물을 안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어린이들이 보였다. 다른 사진 속에서도 일부 아이들은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는 모습처럼은 비춰지지 않았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당황스럽고, 불편한 기색으로 보였다.

B 기업은 소외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중·고등학생들을 선별해 장학금을 전달했다. 그들의 명단과 나이, 학교, 장학증서를 안고 있는 사진도 자료에 포함됐다. 모바일과 컴퓨터로 인터넷을 친숙하게 접하는 학생들은 기사에 실린 자신의 얼굴 뒤로 '소외 학생'이라고 쓰인 플랜카드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가난이나 불우한 환경이 결코 자신들의 탓이 아니라는 인식이 부족한 아이들로서는 이같은 보도가 부끄럽고 수치스러울 수 있다. 당장은 이같은 보도를 개의치 않더라도 언론 보도는 곧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성장과정에서 상처가 될 수 있는 보도는 자제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물론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기사화하고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장면을 연출하도록 요구하는 언론들 역시 이같은 책임에서 자유롭기 힘들 것이다.

국내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을 위해 진정성을 갖고 현재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당장 돌아오는 설 명절부터는 좀더 세심한 배려를 통해 기업들의 나눔행보가 자칫 마케팅을 위한 도구처럼 비춰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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