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묘한 기름값, 묘한 유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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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점차 내려가고 있지만 정부는 '기름값이 묘하다'며 또 다시 정유업계의 팔을 비틀기 시작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정유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있는 만큼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업계가 노력해주길 바란다"며 가격 인하 압박에 나섰다.

이에 정유업계는 "가격은 이미 내려갈 만큼 내려갔다"고 입을 모은다. 정유업계는 현재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추가 가격 인하 여력은 없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지난해 정유4사는 본업인 정유사업 부문에서 사상 처음으로 2조원 이상 영업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유소들도 유통마진이 7%수준이지만 카드수수료 등 부대비용을 제외하면 일정비율 이상 가격을 인하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하소연한다.

때문에 이들은 가격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현재 정액으로 고정된 유류세를 유럽에서 시행하는 탄력세를 적용한다면 국제유가가 40달러 선으로 하락할 경우 소비자가격은 1000원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정부는 '유류세 인하 불가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고 발언한 이후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펼쳤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정부는 당시 '정유사 팔 비틀기'로 '3개월간 ℓ당 100원 인하'란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을 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았던 알뜰주유소 등 '기름값 안정화 정책'은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체감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고유가시대'에 만들었던 정책을 몇 년이 지난 현재에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엔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석유제품 수출시장도 살아있었지만 최근에는 국제유가가 하루가 다르게 폭락하는 것은 물론 석유제품 수출시장도 침체돼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가 세수확보를 위해 올해부터 나프타 등에 세금을 추가로 징수하고 있어 업계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물론 세수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부 입장도 이해하지만 근본적인 유류세 인하는커녕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유지하며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업계의 반발만 커지게 하고 있다.

치솟는 물가에 갈수록 팍팍해져가는 서민들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현실에 맞는 대책을 마련하고 알뜰주유소 등 경쟁촉진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 개입은 시장을 혼란시키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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