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빈 수레가 요란하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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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수차례 '우리 사업장은 안전하다'고 거듭 강조해온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최근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30대 협력사 직원 2명은 목숨을 잃고 1명도 중태에 빠진 상태다. 나머지 3명도 질소 가스를 들이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LG디스플레이는 매스컴 등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파주와 구미 사업장의 안전성을 거듭 강조했다.

위험한 화학물질을 많이 다루고 있지만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안전 체험관'을 마련했고,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을 비롯해 임원들이 직접 체험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만큼 직원들의 안전에 힘쓰고 있다'라는 것을 CEO부터 모든 경영진이 나서 자랑했던 셈이다. 지난 해 9월23일부터 11월14일, 11월28일, 12월30일까지 안전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한 건수만 4번에 달했다.

특히 12월30일에는 경기도 파주사업장에서 가스 누출 및 인명피해 상황을 가정한 비상대응 훈련도 진행했다. 당시 훈련을 진두지휘한 임원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임직원의 안전과 회사의 재산을 지킬 수 있도록 철저한 안전의식과 대처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가스누출에 따른 인명 사고는 정확히 13일만에 터졌다.

일각에선 LG디스플레이가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충분한 작업시간을 주지 않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사고가 발생한 E3 공장 내에 가득 차있던 질소 가스가 빠져나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뒀더라면 이러한 비극도 없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인권과 건강지킴이)이 지난 14일 발표한 성명에도 LG디스플레이 협력사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제보자가 등장한다. 그는 "원청인 LG디스플레이가 유지보수 작업에 필요한 시간을 절반이나 줄여달라고 요청을 하다 보니 다른 것(안전 등에)을 신경 쓸 시간이 없다"고 주장해 의혹이 확산되기도 했다.

현재 사고가 발생한 LG디스플레이 E3 공장 내 모든 작업은 중단된 상태다. 고양지청은 시흥합동방재센터(수도권 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 안전보건공단 경기북부지사 소속 전문가로 조사반을 구성해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또 경찰 등 관계기관과 공조해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혀 엄중 처벌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이번 사고로 LG디스플레이의 '안전 최우선' 주장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LG그룹 간판 계열사이자 대형 LCD 패널 세계 1위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통철한 자기반성과 재발방지 대책을 통한 신뢰회복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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