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투자와 차용 사이의 '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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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최근 메이저리거 추신수 선수의 아버지가 중국의 다이아몬드 사업에 투자한다며 빌린 돈 5억원을 갚지 않아 사기혐의로 고소된 사실이 알려져 세간에 충격을 줬다.

본 사건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추씨는 '아들이 추신수인데 거짓말하겠느냐'라고 언급하면서 박 모씨에게 금전을 요구했고, 박 씨는 현재까지도 그가 돈을 갚지 않자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하지만 추씨는 빌린 게 아니라 박 씨가 '투자'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추씨가 '투자'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투자금의 경우 특별한 원금반환 약정을 하지 않는다면 굳이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특정다수인이 아닌 '개인'에게만 돈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불법 '유사수신행위'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이번 추씨의 사건과 다른듯 닮은 사건이 최근 있었다. 반대로 '투자' 대신 '차용'이라고 주장해야만 자신의 무죄가 성립되는 금융투자업계 종사자 김 모씨의 사례다. 김씨는 한 때 잘나가던 증권사 임원이었지만 증권업황이 악화되면서 결국 회사가 문을 닫았고, 이후 '해외선물투자 아카데미'를 차렸다.

초기에는 수강생들에게 FX마진, 해외선물 거래 등을 강의했지만, 이후에는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해외법인에 투자하면 월 2~5%의 수익을 지급하겠다며 자금을 모집했다. 그는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금전소비대차 계약서를 쓰게 했고, 그렇게 끌어 모은 돈은 700억원이 훌쩍 넘었다.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김씨는 끌어 모은 돈 700억원에 대해 금전소비대차 계약서를 근거로 '빌린 돈' 임을 주장하고 있다. 추씨의 사례와 달리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자금을 끌어모은 만큼 투자로 판명날 경우 불법 '유사수신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추씨와 김씨처럼 투자와 차용의 경계를 악용해 선의의 피해자들을 양산하는 사례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금융당국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금융당국은 사법권한이 없을 뿐더러, 불법행위에 대한 명백한 증거를 찾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들 사건을 접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흑과 백 사이에 '그레이'라는 또 다른 색이 있듯, 결국 이들 사건도 합법과 불법 사이의 '편법'이라는 방식을 악용한 대표적 사례인 듯 하다"고 총평했다.

법의 울타리를 이리저리 피하면서 불법적 이득을 취하는 이같은 편법을 방치할 경우 앞으로도 수많은 피해자들이 양산되는 일을 불보듯 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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