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건설사 해외수주 '뒷걸음질'…양극화 심화
중소건설사 해외수주 '뒷걸음질'…양극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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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10대 건설사 전체 수주액 75% 차지
중소사, 국내 하도급·해외건설보증도 감소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지난해 국내건설기업 해외수주실적이 66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역대 2위를 기록했지만, 중소건설기업의 해외수주액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면서 해외시장에서의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금액은 총 660억달러로 전년보다 649억달러 증가하면서 역대 1위였던 2010년(716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주액을 기록했다.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를 거듭하자 국내건설기업들이 출혈경쟁 대신 상호협력을 통해 해외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로를 찾아 나선 결과다. 하지만 중하위 업체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수주액은 시공능력평가순위 1~10위 건설사가 495억2937만2000달러로, 전체 수주액의 75%를 차지한 반면 11~30위 건설사와 30위 미만 건설사는 각각 12%, 13%에 그쳤다. 11위 미만 건설사의 해외수주액(112억2551만8000달러)을 모두 합쳐봐야 해외수주 실적 1위인 현대건설 한 곳의 연간 수주액(110억6544만달러)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히 건설기업 중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자본금 100억원 미만의 중소건설기업의 해외수주실적은 30억달러로, 전년대비 36억달러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전체 수주금액에서 중소건설기업 수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5.5%에서 4.5%로 감소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해외건설은 양적 성장을 이루고 있는 반면 중견업체들의 해외건설 수주 비중과 진출 업체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며 "정부가 지난해 중견·중소업체들의 해외진출 확대 등을 포함한 해외건설 추진계획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대책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도 "중견·중소업체들이 대형건설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만큼 해외건설시장 진출에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해외건설정보시스템은 물론, 보증서발급 등 금융업무 개선을 비롯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대형건설사가 큰 규모의 수주를 따내고 중소건설사 등이 다시 하청을 받는 국내 하도급 수주 실적 역시 줄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하도급 수주금액은 25억달러로, 전년대비 29억달러 감소했으며 2012년 26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소건설기업에 대한 해외건설보증 역시 줄어들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건설공제조합이 지난해 중소건설업체의 해외건설수주를 지원한 보증금액은 2012년 180억원에서 2013년 165억원, 지난해에는 130억원으로 감소했다. 국내 하도급 보증 역시 2013년 1071억원에서 큰 폭으로 떨어진 780억원을 기록했으며 2012년(536억원)보다 더 떨어졌다.

전체 건설업체의 10%에 불과한 대형건설사와 중견건설사들이 매년 해외건설 수주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승승장구하는 반면 중소건설업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해외건설 수주시장의 환경변화 때문으로 보인다.

조합 관계자는 "해외수주는 대형건설사에 국한돼 있고 중소건설업체의 경우 해외공사를 추진할만한 여력이 없어 직접 수주보다는 대형사의 하청을 받아 실적을 유지하는데, 해당 국가의 노동법 등이 바뀌어 인력의 현지화가 요구돼 더 이상 국내 하청에 대한 위상이 위축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도 "일반적으로 수주를 따냈다고 해도 7~10% 정도의 현지화를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현지 인력에 대한 임금이 더 싼데다 2년 새 비자 갱신비용도 25배 정도 오르는 등 국내인력을 쓰는 비용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같은 양극화로 인해 중소건설사의 어려움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해외건설시장에서 국가간 수주경쟁이 심해질 경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 증가세가 제한될 수 있고 이 때 중소건설사들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허리'역할을 해야 할 11~30위 중견건설사들의 상당수가 업황 부진의 직격탄을 맞고 몸살을 앓고 있어 해외로 눈을 돌릴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리스크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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