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루블화 리스크에도 對러 '의리' 지킨다
삼성·LG전자, 루블화 리스크에도 對러 '의리'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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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현지사업 유지"…GM·애플 등 잠정중단

[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루블화 급락에 따른 손실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사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러시아 시장에서 쌓은 신뢰를 한 순간에 깨뜨릴 순 없다는 의지에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러시아 금융시장 악화에도 철수를 고려하진 않을 전망이다. 양사는 러시아 시장에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등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이 같은 행보는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기업들과도 차이를 보인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제네럴모터스(GM)가 러시아 신차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GM은 러시아 신차 판매를 중단하며 "루블화 가치 변동성을 고려했을 때 사업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일시적으로 자동차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독일 폴크스바겐의 자회사 아우디와 재규어 랜드로버도 러시아 판매를 중단한다.

애플 역시 '아이폰6'를 비롯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온라인 판매 공식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루블화 가치의 오르내림이 심해 가격을 결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방의 경제제재 및 유가하락 여파로 루블화 가치는 올해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전날 기준 루블화 가치는 달러 당 61.42루블 수준을 나타내며 올 초 이후 약 40% 급락했다. 지난 16일에는 루블화의 장중 가치가 급격히 치솟아 달러 당 80루블을 돌파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러시아 현지시장에 긴 호흡을 갖고 접근해왔다. 지난 19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을 당시 일본 업체들은 철수했지만 양사는 시장을 지켰다.

두 회사의 이 같은 노력은 러시아 내 브랜드 순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유력 리서치기관인 OMI(Online Market Intelligence)가 인구 100만 명 이상이 살고 있는 도시 거주자 15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를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 4년 연속 1위(18.2%)에 올랐다. LG전자는 지난 2012년부터 3년 연속 9위에 자리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상황이 어려워진 국가에서 쉽게 철수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이미 브라질에서 얻은 바 있다. 브라질은 2000년 무역적자만 7억3100만 달러를 기록할 정도로 경제위기를 겪고 있었다. 당시 브라질에 진출해있던 일본 가전업체들이 속속 철수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남는 쪽을 선택했다.

삼성전자 하청업체 관계자는 "브라질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전제품이나 모바일 기기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라며 "현지인들이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떠난 일본 기업 제품보단 양사 제품을 더 신뢰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상황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양사 모두 현지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 혹은 주변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손실 폭 줄이더라도 시장 상황 자체가 얼어붙어 판매에 여의치 않을 것"이라며 "기다리는 것 외엔 기업차원의 해결방안이 딱히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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