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장벽의 이면
취업 장벽의 이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즈음은 다소 뜸해졌지만 한동안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하다고 매스미디어마다 이구동성으로 떠들어대던 무렵에 방송 뉴스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미취업 젊은이들의 코멘트를 받아 방송하곤 했다. 그 젊은이들 가운데 이력서를 수백 통씩 보냈으나 면접 한번 못 봤다는 하소연이 나가면 막연하나마 “아, 정말 젊은이들 일자리가 없나보구나” 생각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실제 사람을 구해 쓰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그런 코멘트가 참 어처구니없는 말장난임을 절절히 느끼게 된다. 조그만 회사에서 한 두 사람 채용할 생각으로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구인공고라도 내보낼라치면 수십 통 이력서 받기는 기본이다.

헌데 그 가운데 정말 그 회사에 취업할 뜻이 있어 보내는 이력서는 절반이 될까 말까다. 나머지는 자기 이력서가 그 회사에 접수됐는지도 헷갈리거나 그냥 구인공고를 봤으니 일단 보내고 본다는 식으로 접수시킨 경우들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사람을 쓸 입장에서 그런 이력서를 보고 일일이 면접이나마 보겠다고 할 회사는 아마 없을 것이다. 보나마나 뻔한 그런 사람들의 이력서는 당연히 곧바로 버려지게 마련이다. 그런 식으로는 수백 통 아니라 수천 통의 이력서를 보낸들 면접 한번 못 보는 게 당연하다.

물론 청년실업문제가 없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실상을 지나치게 강조하려다 보니 그런 터무니없는 사례들이 마치 일반적 경우인양 떠벌여지는 점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그런 문제는 청년실업의 경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인취업 현장에서 보면 취업자로서의 마인드가 부족한 노인들을 마주치며 한숨짓는 젊은이들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더디기는 하지만 노인 취업이 늘면서 나타나는 일종의 작은 부작용인 셈이다.

노인들의 취업 현장 대부분은 체력을 크게 요하지 않으면서 복잡할 것도 없는 직종, 업무들이다. 아파트 경비, 주유소 주유원, 주차장 정리요원 등 업무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임금 수준 또한 낮은 직종에 주로 몰려있다. 다소 동작이 굼뜨기 마련인 노인들이 “빨리빨리‘ 병에 걸린 사회에서 취업할만한 곳이 아무래도 그런 수준인 모양이다.

그런데 서비스업종에 취업했지만 서비스정신이 뭔지도 자각하지 못하는 노인 노동자들로 인해 자칫 좋은 뜻에서 노인 채용을 했을 업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는 않을까 염려스러운 경우를 종종 만난다.
 
일단 서비스직에 취업했으면 나이는 접어두고 서비스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보기 민망하게 손님들에게 뭔가를 가르치고 훈계하려 드는 노인 노동자들이 꽤 있다.

우리 사회가 너나없이 상대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훈계하려는 집단적 병에 걸려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훈계하지 않는 지도자를 만나면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러니 노인세대가 그렇듯 훈계하려 드는 것은 더욱이나 자연스럽기도 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내 돈 내고 서비스를 사려던 사람들이 그런 훈계를 들으며 유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손님에게 훈계하고 야단치고 화내는 서비스직 노인 노동자들을 만나면 우리 사회가 노인 노동력을 좀 더 활용해야 한다는 당위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앞서게 된다.

요즘 지하철을 이용한 퀵 서비스에 나선 노인들이 있어 매스미디어에서도 대대적으로 소개된 바 있다. 그런데 그들 중에는 이용자들에게 “힘들다. 수고비 좀 더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들이 있어 한번 이용해보고는 기피하게 되더라는 얘기도 들었다. 오토바이를 이용한 퀵서비스에 비해 시간은 다소 더 걸리지만 가격이 싸다는 장점을 갖고 있는 지하철 퀵의 장점을 스스로 무너뜨림으로써 직종의 미래마저 어둡게 만드는 셈이다.

위계의식이 약하고 나이가 직종이나 직위를 앞설 수 없는 사회에서는 노인들이 젊은이들과 함께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일하는 모습들이 좋아 보이는 데 우리는 아직 그럴 형편은 아닌 성 싶다.
 
젊은이들이 처음 직장에 들어와서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할 때는 그래도 선배들이 충고하고 가르칠 여지라도 있지만 노인들에 대해서는 옆에서 섣불리 충고하기도 어려울 터이니 노인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회적 적응 프로그램이 필요할 듯싶다.<편집국장>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