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음카카오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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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철기자] 지난 10일 저녁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SNS 모임 서비스 '카카오그룹'에서 가입자들이 아동 음란물을 유포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따르면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조처를 하지 않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의 잣대를 엄격히 들이밀면 처벌의 여지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현재 △다음카카오에 대한 '괘씸죄'·'표적수사' 논란 △국내 인터넷 기업과 해외 업체 간 '역차별' 논란 등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분명히 존재한다.

해당 법 위반 혐의로 회사의 관련 실무자가 조사 받은 시기는 지난 8월이다. 이후 수사당국의 감청 영장 거부에 대한 다음카카오의 발표가 10월13일에 있었다. 이어 11월 이 대표가 참고인으로, 최근에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당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의 보복수사가 아니냐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해당 법 위반으로 기업 대표가 소환당하는 경우도 처음이다. 경찰은 지난 8월 네이버 '밴드'를 이용해 음란물을 유포한 운영자를 구속해 송치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업체 대표가 소환되지는 않았다.

게다가 경찰은 트위터 등에서 음란물 유포가 난무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 검색엔진인 구글 검색을 통해 트위터 링크로 연결해 들어가면 쉽게 음란물을 찾을 수 있다. '외산', '공개형' SNS는 제쳐두고 카카오그룹 만을 처벌한다는 것은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내·해외 인터넷 업체 간 역차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의 이번 소환은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수사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으며 그 뒤에 또다른 배경이 있는지도 궁금해지는 점이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 수사는 결국 표적수사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사정기관에 대한 신뢰하락을 불러온다. 배밭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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