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低신용 건설사 회사채 '1조원' 만기도래
내년 低신용 건설사 회사채 '1조원' 만기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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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건설사 3조6천억원 만기
"금융시장 부실화 뇌관 될 수도"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내년도 주요 건설사들이 갚아야 할 회사채 물량이 전년대비 1조원가량 줄어들었다. 수치상으로는 숨통이 트인 것일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미상환 위험이 높은 신용등급 BBB 이하 건설사들의 상환액이 여전히 1조원 이상 있어 업계에서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시공능력평가순위 기준 30대 건설사의 내년 만기도래 회사채 물량은 총 3조6393억원이다. 올해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 4조6254억원보다 1조원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이 가운데 BBB 이하 건설사가 갚아야할 상환규모는 1조692억원으로, 전체의 약 29%를 차지한다. A등급은 1조6301억원, AA 등급은 9200억원이며 만기물량이 없는 곳은 GS건설과 태영건설 등과 회사채 발행에 관심이 없는 호반건설, 부영주택 등 8곳이다.

회사채 신용등급은 신용도에 따라 나뉘는데 BB+ 이하는 투자부적격으로 분류된다. 이 경우 은행은 대출을 끊고 기존에 빌려준 자금이 있을 경우 바로 회수절차에 착수한다. 따라서 이 등급부터 신규 대출은 물론, 기존 회사채의 만기를 연장하는 일도 사실상 어렵다. 바로 윗단계인 BBB-나 BBB는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높은 금리를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도 내년도 건설사들이 상환해야하는 규모가 줄어든 것보다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큰 건설사들의 상환액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용등급 BBB 이하 건설사 중에서는 두산건설(BBB)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두산건설은 전환사채(CB) 2000억원 포함 5072억원의 회사채 잔액을 갖고 있다. 여기서 일부를 갚아 2288억원이 내년 만기도래하며 특히 이 가운데 내년 5월까지 1238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코오롱글로벌(BBB-)은 내년에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가 2500억원으로, 이 중 상반기에만 72%에 달하는 1800억원을 갚아야 한다. 코오롱글로벌의 유동성 자산은 2012년 말 2조578억원에서 올 3분기 1조3396억원으로 34%가량 줄어들면서 회사채 만기일이 일시에 돌아올 경우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최근 4년간 흑자를 적자로 정정하는 공시를 발표한 한신공영(BBB)은 올해 대비 2배가량 많은 705억원의 회사채를 내년에 갚아야 한다. 정정공시 이후 부채비율은 375%에서 547%로 급등한데다 회사채 신용등급도 한 단계 강등됐다.

올해 2500억원가량의 회사채가 만기도래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동부건설(B-)은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동부건설은 지난달 만기도래한 채권 844억원 중 320억원은 만기를 3년 연장하고 나머지는 자산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상환했다. 그러나 내년 2월과 6월 각각 430억원, 400억원의 회사채 상환을 앞두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의 약세가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워 건설사들의 재무 취약성과 신용 위험 해소까지 시간이 적잖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채무상환능력이 취약한 건설사들의 경우 내년에 집중된 회사채 만기도래로 상당한 자금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등급 BBB+ 이하 업체는 차환발행이 어려워 자체자금을 통해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경우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락할 우려가 있고 이에 따라 자금난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상환 위험이 큰 건설사들의 채권은 이미 시장에서 여러 차례 검증을 거쳐 유통되지 않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도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BBB 등급 일대 건설사들의 회사채가 언제 골칫거리로 전락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금융시장 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도 산업전망 보고서를 통해 "신용등급이 낮은 건설사가 회사채 만기도래 물량을 없애더라도 건설업종의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전반적인 부실이 커져 신용도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내년 1조원에 달하는 회사채 만기가 BBB 이하의 저 신용 건설사에 집중돼 있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 건설사가 금융시장 부실화의 '뇌관'이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한편 우량사로 분류되고 있는 삼성물산(AA-), 현대건설(AA-), 포스코건설(AA-)의 발행 잔액은 3200억원, 2500억원, 3000억원이다.

▲ 자료=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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