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또 다시 구조조정 '먹구름'
저축은행 또 다시 구조조정 '먹구름'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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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경영환경에 건전성 규제 강화... 二重苦 직면
카드사 위기에 이어 상호저축은행의 경영 여건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지난 해 말부터 급증한 소액대출 연체율이 업계 발목을 잡은 듯 보이지만 더 깊이는 금융권 내 저축은행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에 금감원은 BIS 비율과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을 강화해 경영건전성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소화하기 힘들어 오히려 경영권을 포기하는 저축은행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정이하여신, 연체율 급증 = 본지가 입수한 114개 상호저축은행 경영통계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40% 이상 연체율(연체금액/총여신)을 기록한 저축은행은 총 9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한일(전북), 밀양(경남)저축은행은 연체율이 49.4%나 돼 경영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전북에 3개사, 경남에 2개사, 강원 충남 광주 경북에 각각 1개사가 분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체율 30% 이상인 저축은행도 15개사로 서울지역은 삼보 현대스위스 한중저축은행이, 부산은 한마음 플러스저축은행이 각각 높은 연체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금화(인천), 도민(강원), 한성(충북), 무등(광주), 대운(전남), 상업(전남), 삼일(경북), 으뜸(제주), 미래(제주)저축은행도 30% 이상의 연체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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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율 뿐만 아니라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작년 말 대비 소폭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2월말 기준 한마음(부산), 한솔(서울)저축은행이 각각 1천425억원, 1천263억원의 고정이하여신을 보유해 금액별 최상위를 기록했으며, 삼보(서울), 한마음(부산), 경기(경기), 강원 도민(강원), 한주(충남), 전북 한일 현대(전북), 창업(광주), 대운 상업(전남), 대아 삼일(경북), 미래(제주)저축은행 등이 각각 20∼30%대 고정이하여신비율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영 악화 원인 = 업계에서는 저축은행 위기의 주범으로 ‘소액신용대출’을 지목하고 있다.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면서 연체율이 급증, 지난 해 말부터는 오히려 위기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온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보다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업체수가 230여개에서 114개로 반 이상 줄었으니 표면적으로는 경쟁이 줄어들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못하다”고 전했다.

이유는 기업 여신이 줄어든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소비자금융 시장을 확대했고 제도권 진출을 공식 선언한 대금업체들도 고금리 상품 시장에서 주요 경쟁자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액대출 시장은 카드사가 점령해 버렸고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과도 여·수신 시장을 공유해 독자 시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IMF 금융위기 전까지 한국경제는 ‘성장’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한국경제는 경제성장률 목표가 5% 안팎인 ‘성숙’ 경제로 접어들었다. 경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성숙 시대의 특징은 기업들이 좀처럼 공격적인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현금보유 비중은 늘린다. 전문가들은 성숙기에 경기 민감 산업의 경우 매출 대비 20%의 현금은 보유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얘기한다. 실제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해에만 현금을 2조원 추가 확보해 총 8조원으로 현금비율을 늘렸다.

이런 상황에서는 은행들이 예전처럼 산업자본 대출에 무게중심을 둘 수 없다. 대신 가계와 중소기업 대출로 여신 중심을 옮기는 추세다. 주가지수 연동상품 등 파생상품 개발과 방카슈랑스 업무 진출, 가계대출 확대 등 최근 은행권의 거시적 움직임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저축은행 영업 직원들은 예전에는 부딪히지 않았던 음식점, 숙박업체, 유흥업소 등에서 시중은행 직원들과 부딪혀야 했다. 부동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업계 구분선이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지하경제로 인식돼 온 대금업마저도 제도권 진입을 외치며 저축은행의 주요 경쟁자가 돼 버렸다. 3∼4년 전에 비해 경영 환경이 돌변,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대금업 사이에 샌드위치 신세가 된 것이다.


▲ 구조조정 직면하나 = 시장에서 이처럼 저축은행에 대해 적색 경보를 울려대자 금감원은 경영 건전성을 더욱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소액신용대출 정상분류자산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률 0.75% 기준과 요주의 분류자산 적립률 7% 기준을 추가 상향토록 조정하고, 소액신용대출 위험가중치를 이번 달부터 100% 적용토록 감독업무 시행세칙을 개정했다. 그리고 7월부터는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4% 이상에서 5% 이상으로 강화할 것도 지시했다. 이 밖에 부실소액신용대출에 대한 자체 대손상각을 촉진하고 자산관리회사에 대한 매각도 적극 추진토록 유도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미 부실이 상당히 진전된 상태에서 건전성을 더 강화하는 것은 오히려 저축은행 전체를 고사시키는 정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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