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회 씨티은행장 "단순화 추구…민원없는 은행"
박진회 씨티은행장 "단순화 추구…민원없는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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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취임기념 기자간담회…추가 구조조정설 "사실무근"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한국 경제에서 씨티은행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 시중 은행과는 보완적 경쟁관계다. 우리는 작지만, 고객들의 신뢰를 받는 강한 은행으로 거듭나겠다"

▲ 28일 선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경영 전략을 설명하고 있는 박진회 씨티은행장. (사진=씨티은행)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이 취임 한달만에 향후 경영 전략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구조조정과 금융지주제 철회, 소매금융 축소 과정을 거쳐 씨티은행이 택한 방향은 '작고 단순하지만 강한 은행'이다.

박 행장은 28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성장과 큰 규모만을 추구하는 방향성을 벗어나 우리는 작게 가겠다"며 "모든 프로세스를 충분히 알고 촌철살인할 수 있는 단순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 경영 여건에 대해 "우리는 한국의 PB 개념과 24시간 뱅킹을 처음 소개하는 등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선도해왔다"며 "그러나 시중은행의 성장과 경쟁 심화로 씨티은행은 물론 은행권 전반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국내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시중은행은 우리의 경쟁 대상이 아니라 외환거래, 달러클리어링 분야에서의 커다란 고객인 보완적 관계"라며 "씨티은행은 한국과 글로벌 시장을 잇는 교두보적 역할을 담당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금융·WM 역량 강화…"가장 중요한 덕목은 도덕성"

씨티은행이 향후 추구해 나갈 최우선 전략은 기존에 강점을 가진 국제적 인프라와 기업금융, 자산관리(WM)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홍역을 치른 정보유출 사건의 굴레를 벗고 내년까지 '민원없는 은행'으로 재탄생해 고객 신뢰 회복을 이끌겠다는 비전도 밝혔다.

박 행장은 먼저 "씨티만의 글로벌한 조직과 컨텐츠를 살리고 타겟마케팅에 집중할 것"이라며 강점을 가진 기업금융 부문에서도 국내 글로벌 기업(EMC)에 주력해 구조화 상품과 펌뱅킹, 해외송금 솔루션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WM 분야에서는 씨티은행이 생산성과 점포 영업력 등 전 분야에서 국내 시장 선도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팀 위주의 상담 서비스를 통해 WM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거래 확산으로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디지털 뱅킹분야의 역량 강화도 주요 전략이다. 이종지점과 무방문 대출 프로세스, 스마트 영업점 확충과 영업점 업무과정 간소화 등이 일단 과제다.

박 행장은 "향후 5년 후면 20세기를 살아보지 않은 새로운 세대가 노동 시장으로 진입한다"며 "10~15년후면 뱅킹 주거래 고객층으로 부각될 이들을 금융 시장에서 어떻게 대응해야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박 행장은 "금융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도덕성"며 고객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개인정보 유출은 금융권의 정보공유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 모집인들의 수요가 커 부정한 방법이 이용된 사례"라며 "모집인의 숫자를 줄이는 등 원천적 수요를 막기 위한 노력과 함께 전산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내년 사업계획은 △대출금 3~5% 증가, △예수금 4~5% 증가 △총수익 2014년과 유사 수준(일회성 구조조정 비용 제외) △경비 2014년 대비 소폭 감소 수준으로 설정했다.

◇상시 조직개편 체제 유지…"추가 구조조정 없다"

박 행장은 이날 도소매금융 축소와 행장 교체가 맞물리면서 안팎으로 제기돼온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신임 행장 주도의 대규모 조직개편도 추진도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추가 구조조정은 없다"며 "이미 진행한 구조조정으로 경비 폭을 상당부분 줄였다"고 밝혔다. 통상 행장 교체 이후 진행되는 조직 개편 진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씨티은행이 진행하고 있는 인사평가 시스템을 통한 상시적 조직개편 체제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박 행장은 부서장부터 본부장, 부행장까지 상시적으로 업무 적합성과 장단점을 평가받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적절한 업무에 배치받는 씨티은행 고유의 탈랜트 리뷰라는 후계자 승계작업을 설명하고 "흐름이 이어지는 업무를 위해서는 이같은 자연스럽고 계속적인 조직개편이 좋다"고 설명했다.

또 구조조정 불안으로 박 행장의 선임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노조와의 협의도 순항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오랜 기간 함께한 노조의 출근저지 퍼포먼스에 대한 서운한 감정은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01년부터 직원들과 같이 호흡해 왔는데 노조에서 취임 전 출근을 저지한 사건은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전시적인 노조 문화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부족해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생각으로 노조 입장을 진정성을 갖고 청취하고 있다"며 "바로 어제 노사협의에서도 상당부분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전 행장부터 이어온 공채없는 상시 채용 계획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행장은 "씨티은행은 업무 상에서의 불필요한 공채 기수 문화를 지양하고 있다"며 "수시 채용으로 형태를 바꿨고 현재도 0명 수준의 대졸 사원을 모집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씨티은행은 인건비를 중심으로 구조적 비용을 많이 안고 있는 과제가 있기 때문에 노사간 화합을 통해 구조 비용의 균형을 맞춰야만 신 세대를 많이 고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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