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붕괴는 강남에서 오지 않는다
버블붕괴는 강남에서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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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강남 부동산 가격 버블 논쟁이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 시끄럽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강남 지역 현재 아파트 가격의 20~30%는 거품이라고 보고 이 거품을 반드시 빼겠다는 각오로 강수를 두고 있다. 현재 10억 원하는 아파트라면 7억~8억 원이 제값이라는 판단이다. 전국민 연평균소득 대비 집값(PIR)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정부는 강남 부동산 값을 잡지 못하면 10년전 일본이 겪은 버블 붕괴를 경험하게 되고 우리 경제가 장기간 침체에 빠져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판단대로 0~30%의 거품이 더 커진 후 일시에 빠진다면 경제적 충격은 매우 클 것이다.

그러나 적잖은 민간 전문가들은 현재 강남의 높은 집값을 단순히 버블이라고 보는 정부 시각에 비판적이다.
 
전문가들에 따라 약간의 버블은 인정하더라도 정부가 주장하듯 20~30%에 달한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거품이 빠지더라도 일본과 같이 큰 충격을 동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상 현재 강남의 높은 부동산 가격을 잡아야 한다는 정부의 절박한 입장 저변에는 경제 기반 붕괴의 우려 못지않게 신빈곤층을 비롯한 다수 서민층의 박탈감이라는 정치적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웬만한 봉급생활자들이 10년 이상 저축해도 모으기 힘든 금액이 몇 달만에 오르는 강남의 집값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주는 주범 가운데 하나이고 그만큼 사회적 활력을 갉아먹는 병균인 것은 분명하다.

단순하게 경제적 측면에서만 보자면 실상 현재 강남의 집값은 그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평균적 재화에 비하면 결코 비싸다고 할 수도 없다. 전국의 평균적 집값에 비하면 상당히 비싸지만 그 집을 소유하고 있는 다수는 그런 전국 평균을 넘어선 계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위 부동산 전문가 그룹에서는 정부 관계부처에서 강남의 집값 버블론의 근거로 삼고 있는 PIR을 전국민 평균이 아닌 강남 주민 평균으로 잡아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들의 소유 재화에 비해, 혹은 그들의 평균적 소득 수준-전국 평균이 아닌 강남 평균에 비해 과도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반론이다.

우리가 부동산 가격의 버블 현상을 우려하는 이유는 내버려두면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고 그렇게 커진 버블이 일시에 급격히 붕괴했을 때에는 금융기관들의 채권 담보비율이 순식간에 높아지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100%를 초과하는 역전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대출 기관들은 팔리지 않는 부실 담보물건만 끌어안은 채 자금경색에 빠져들 것이다. 10년 전 일본이 바로 그런 버블 붕괴의 전형을 보여줬다.

그런데 현재 강남의 고가 아파트들이 그만큼 많은 금융대출을 받고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워낙 고가 아파트들이다 보니 대개는 지점장 전결 한도 때문에라도 담보비율 상한까지 대출을 하는 경우가 흔치 않을 것이고 또 강남의 주택 소유자들 대부분이 그들의 쌓아놓은 재화의 힘으로 고가 주택들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담보 대출 의존도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가 가격을 인위적으로 내리려 해서 내려질 가능성도 없고 설사 가격 붕괴가 나타나더라도 개인 파산, 금융기반 붕괴로 이어질 우려도 적다.

오히려 버블 붕괴는 강남 주택의 가격 상승에 자극받아 덩달아 가격이 오른 일부 투기지역들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월등히 높다. 판교 신도시 청약경쟁이 당초 예상보다 낮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 시장을 보고 몰려든 자금 규모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 시장의 청약금부터 전액 대출을 하겠다는 저축은행 대출상품도 등장하는 등 금융기관들의 개인 여신활동 집중이 발생했다. 이런 지역에서 당초 기대했던 수익을 볼 수 없게 된 청약자들 중 적잖은 수가 부실채권의 채무자로 전락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제2 담보부 대출을 과도하게 감행하고 있는 제2금융시장이 불안의 온상인 셈이다.

주식시장에 공황적 상황이 닥치면 개미군단부터 우르르 무너지듯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때도 안정적 저축에서 전향해 뒤늦게 투기꾼들을 따라 나섰던 장삼이사들부터 사단이 벌어질 터이니 그로 인해 무너지는 것은 비단 금융산업만이 아닐 터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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