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제이 칸왈 SC행장의 뒷모습
[기자수첩] 아제이 칸왈 SC행장의 뒷모습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지난 14일 열린 한국은행 총재와 시중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유달리 공석이 많았다. 사의를 표명한 하나은행장과 임시 겸직 중인 국민은행장, 그리고 지난달 행장 교체 방침이 발표된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장의 불참 때문이다.

앞서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지난달 27일 한국 진출 최초의 내국인 행장 선임 방침을 발표했다. 아제이 칸왈 현 행장이 그간 겸직해오던 동북아시아 지역 총괄직에만 전념하기로 결정된 것에 따른 후속 조치다.

칸왈 행장은 지난 4월 선임 이후 반년만에 행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례적으로 짧은 임기 탓에 행장 교체 배경에 대한 뒷말도 무성했다.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회삿돈으로 호화생활을 누려왔다는 노조의 고발에 언론의 포화를 맞은 것이 한몫했다는 추측이 대표적이다.

칸왈 행장의 교체방침과 함께, 공교롭게도 SC은행이 적자경영에도 불구하고 본사로 1조원 가량의 배당 계획을 세운 정황까지 포착됐다. 올해에도 국부유출 논란은 어김없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지난 10일 SC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착수한 금융감독원도 사측의 배당계획에 대해서 면밀히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안팎으로 번지는 악재에도 SC은행의 리더십 공백은 지속되는 모습이다. 국내진출 최초라던 한국인 행장 선임 소식은 여전히 깜깜이며, 칸왈 행장과 같은날 신규 선임된 박종복 부행장의 행장 내정설이 떠돌고 있지만 회사 측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만을 반복하고 있다.

발표 당시 '관련 절차를 거쳐'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본사와의 의견 조율을 고려하더라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쏟아지는 화살을 피하기 위해 준비되지 않은 성급한 계획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SC은행의 한국인 행장 선임 계획은 칸왈 행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C은행장으로서 후임 인사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완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SC그룹 역시 그동안 SC은행의 토착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왔다. 짧은 재임기간 여러 논란과 비난 여론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칸왈 행장의 마지막 뒷모습만큼은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되지 않길 바란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