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중국은?
우리에게 중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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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 공중파 방송에서 중국 어선들이 동해안 오징어까지 싹쓸이해간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유는 현재의 수산업 수준이 매우 낙후된 북한이 입어료를 받으며 중국 어선들의 출어를 허용했기 때문이라 한다.

방송의 뉘앙스로는 북한이 어족자원을 팔아넘긴다는 한탄이 담겨있는 듯싶다. 연전 북한의 지하자원 채굴권이 장기적으로 중국에 넘겨졌을 때의 보도 성향과 그리 달라보이지는 않는다.

왜 북한이 중국에 자원을 팔아넘겨야 하는지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하기에 지금 우리 사회의 적대감은 너무 큰 듯하다. 남북관계를 지금처럼 급랭시키지만 않았어도 우리가 개발에 참여할 수 있었을 텐데 대북 적대감만 고조시키느라 지금 우리는 옛 속담을 빌자면 ‘꿩도 구럭도 다 놓치고 있’는 꼴이다.

그런가 하면 값싼 인건비를 좇아 중국으로 몰려갔던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지금은 줄줄이 철수하고 있다고도 한다. 이제 세계의 2대 강국이 된 중국이 더 이상 개방 초기의 만만한 투자상대가 아니라 우리보다 월등한 국부를 등에 업고 투자기업을 골라가며 상대하는 위치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10년 외자기업에 주던 세제, 고용, 입지 혜택을 없앴고 2011년에는 노동자 사회보장면제 혜택도 없앴다. 게다가 노동자들의 임금도 업종별 차이가 어떤지는 확실치 않지만 통상 5배 이상 올랐다고 한다.

지금 중국에서 철수하는 기업들이 한때는 노조 때문에 사업 못하겠다거나 중국의 적극적인 외자유치 노력에 감동해 우리 정부를 비난하며 중국의 러브콜에 끌려갔던 곳들이다. 그런 불과 10수년 전의 일을 상기하면 세상사의 변화무쌍함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이들 한국기업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에서 철수해 동남아 여러 나라로 생산거점을 옮겨가기 시작했다지만 그들 나라에서도 과연 얼마나 더 값싼 노동력에 기대어 생산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넓은 시장을 찾아 대중국 투자에 나섰던 대기업, 재벌기업들은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갈 가능성이 높지만 값싼 노동력만을 좇아 나갔던 중소기업들로서는 갈수록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일들은 결국 역사적 변화를 읽지 못하는 근시안적 경영방식에서 그 근본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싶다. 변화를 쉬이 받아들이든 아니든 결국 전 지구적으로 지금 세계는 적은 노동, 좀 더 평등한 소득과 지출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얘기했던 소수의 노동으로 만인이 먹고 사는 구조로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물론 토플러의 전망에는 노동하지 않는 인구의 증가와 그로 인한 사회적 부양의 부담 증가도 있겠지만 그와 아울러 한 사람이 하던 일을 여러 사람이 나눠하며 모두가 삶의 질을 추구하는 사회로 나아갈 때 사회적 마찰도 줄이면서 모든 인류가 행복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돌아가 현재의 중국이라는 사회를 새롭게 살펴보자. 중국은 지금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적 실험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 집권 이래 티베트와 위구르를 병탄하며 영토 확장을 꾀하면서도 일단은 55개 소수민족의 고유문화를 인정하는 정책을 펼침으로써 반발을 무마시켜왔다. 그러나 이제 국부의 증가에 힘입어 변방에 이르기까지 개발정책을 펼치며 단일민족 정책으로 전환해 가는 것으로 보인다. 소수민족 자치주는 속속 상업자본과 함께 파고드는 한족들의 이동으로 그 정체성이 흔들려가고 있고 소수민족 고유문화는 극히 좁은 지역에서 관광자원으로서만 그 명맥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그런 소수민족까지 아우르는 중화민족주의로 새로운 포장 작업을 벌이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소위 말하는 동북공정을 포함하는 탐원공정이다. 근원을 찾는다는 탐원공정은 역사 속에서 하나였던 적이 거의 없는 다수 민족들의 역사를 하나의 실로 꿰는 작업이다.

그러면서 지금 북한에 대해서는 지배자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때로는 달래고 때로는 위협하며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에서 야금야금 실익을 챙기고 있다. 생존의 위협에 시달리는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두 눈 시퍼렇게 뜨고도 그렇게 야금야금 제 살을 내줄 수밖에 없는 형편일 테고.

이런 북한을 두고 감정적 적대감만 키우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행동인지 한국의 지도층들에게는 아직 뚜렷한 인식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아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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