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여기, 이 티나지 않는 소문의 전장에서 가만히 숨죽이고 부러운 시선으로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설이라도 좋으니 제발 우리도 그 소문의 주인공 한번 돼 봤으면...’하고 바라는, ‘푸르덴셜과 함께 새롭게 태어납니다’라는 모 증권사의 광고가 마냥 부러운 소형 증권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지난 주 기자가 방문한 한 증권사 직원은 조심스레 현재 타증권사 인수를 추진중인 한 증권사 이야기를 꺼내며, 피인수사가 어디냐고 물어왔다. 그리고 “우리도 참 괜찮은 회사인데...”라는 혼잣말을 한다. 또 다른 증권사의 경우는 아예 기자를 상대로 한꾸러미 회사 자랑을 늘어놓는다. 소형사치고 조직도 탄탄하고 전산투자도 잘 돼 있고, 한 마디로 M&A하기 딱 좋은 회사라는 것이 설명의 요지다.
올 초 각 신문들은 올해가 증권업계 구조조정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4월의 중반을 넘고 있는 지금 현투증권이 푸르덴셜과 MOU를 체결하고 그에 따라 현대증권이 또다시 관심받는 매물로 떠오르면서 증권업계 구조조정이 또 다시 언론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모든 관심에서 ‘적극 매물로 나서고자 하는’ 몇몇 소형사들의 얘기는 열외로 취급받고 있다. 그저 구조조정의 총론에서 경쟁력없는 회사는 정리돼야 한다는 원칙론 한마디 속에 뭉뚱그려질뿐.
현재 증권업계를 떠도는 구조조정의 무성한 설 속에서 이들의 개별적인 이름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 그래도 그들의 현재는 낙관적이다. 조직이 작고, 사람들이 적은 만큼 직원들간의 유대관계는 그 어느 곳보다 끈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힘을 바탕으로 이것저것 새로운 작업들을 향해 의욕을 불태우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그들에게 또다시 무심코 던져지는 한 마디들. “누가 뭘 한다구요? 나 원 참. 대형사들도 죽 쑤고 있는 판에 소형사들이 그게 되겠어요?” “요즘 같은 장에 도대체 장사가 되기는 하나 몰라?”. 힘들게 일어섰던 그들의 사기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들 눈엔 다시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는 자신들의 자화상만이 덩그러니 남을 뿐이다.
오늘도 어느 작은 증권회사 직원들은 인수합병, 구조조정 등의 얘기로 떠들썩한 신문 한 구석을 들여다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다. “우린 누가 안 사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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